매일 남성들은 고양이를 죽인다

결국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였다.

지난해 H양 비디오가 떠돈다는 한 스포츠신문 보도가 있은 뒤 남성들은 제2의 O양을 찾기에 바빴다.

이 와중에 탤런트 함소원 씨가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은 결코 아니라며 눈물을 펑펑 흘렸다.

반년의 시간이 흘렀을까 지금 그녀는 누드 사진을 가지고 우리에게 돌아왔다.

‘뻔한 스토리’라며 조소하던 남성들은 은밀하게 떠도는 그녀의 누드 사진을 보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인터넷을 뒤지고 있다.

함소원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 몸매에 자신있는 여성들의 누드 사진집 출판이 유행이다.

가릴 것은 가리고 찍는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단지 호기심 때문에 침을 꼴깍 삼키며 마우스를 분주하게 움직이는 남성들은 또다시 고양이를 죽일 자세다.

허리는 23인치, 가슴은 36인치 등등을 선전하는 것은 더 이상 놀랄만한 것도 아니다.

여성 몸매 전문가들은 가슴은 이주현이, 힙은 이혜영이, 전체적인 볼륨은 고소영이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상황이 이쯤 되면 여성의 몸매는 성적 호기심 차원을 넘어 하나의 상품이 돼버린다.

남성들에 의해 몸매가 좋은 여성들은 경쟁력있는 ‘물건’이 된다.

여성의 누드…. 여자의 벗은 몸에 남성들은 왜 집착을 하나. 좀 더 자세히 접근해 보자. 남성들은 왜 개미허리 같은 여성의 허리에 파멜라 엔더슨급의 풍만한 가슴에 열광하는 것일까. 양성 중에서 여성들은 그렇지 않다고들 하는데(내가 남성인 관계로 여성들이 진짜 그렇지 않은지는 자신할 수 없다) 왜 남성들은 ‘여성의 몸’에, 특히 벗은 몸에 열광하는 것인가. 왜 O양에, B양에 그리고 앞으로 탄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무슨무슨 양에게 그토록 열광을 보내는 것일까? 어미 뱃속에 있었던 그 기간과 수유기 동안의 기간 맘대로 어미의 몸을 더듬던 기억을 커서도 잊지 못하기 때문인가. 성적인 능력을 상실하기 전까지의 남성들은 성을 욕망한다.

그리고 욕망의 가장 기초단위는 여성의 몸이다.

그 때문이 아닐까. 시각적으로 흥분을 느끼는 남성은 여성의 몸을 보길 원하고, 집착하는 성향을 보이는 까닭은. 그리고 이러한 접근 외에 과연 ‘왜 남성은…’으로 시작되는 질문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 존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학 1학년 때, 나와 또래의 남성들은 상대 앞 건물에 앉아 지나가는 여성들의 몸매에 학점을 부여하는 놀이를 즐겼다.

맨 앞에 앉은 친구가 얼굴, 그 다음이 가슴, 그 다음이 허리, 그 다음이 힙, 마지막 친구가 다리를 맡았다.

한 여성이 지나가면 ‘ABCBA’라는 소리가 튀어나온다.

잠시 후 이의제기도 이어진다.

‘가슴은 B가 아니라 C’,‘저 정도를 여자친구로 둬야 한다’는 둥. 당시 왜 그런 행동을 했던 것인지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스스로 합리화 되진 않지만 그 순간만큼은 무척 재미있었다.

성적인 욕망을 주체하지 못했던 우리 평가위원들은 스스로 여성의 몸에 점수를 매기면서 배설했던 것은 아닐까. 그러나 수많은 행위를 통해 고양이를 죽였음에도 불구하고 남성들의 호기심은 충족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남성들은 오늘도 고양이를 죽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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