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1124-2****** 만 18세가 되는 해, 여성은 뒷자리가 ‘1’이 아닌 ‘2’로 시작되는 주민등록증을 발급 받는다.

우리 학교 ㄱ(생명과학·2)씨는 “당시에 어른이 됐다는 기쁨보다는 왠지 기분이 상했었다”고 자신의 경험담을 말한다.

이처럼 여성들은 사회의 성인으로 첫걸음을 내딛는 순간부터, 여성은 남자 다음이라는 고정돼버린 순서에 기분이 상하고 기가 죽어버린다.

도대체 언제부터 여성은 ‘2’로 번호매겨진 것일까. 남성은 자신의 우월성을 드러내기위한 근거를 찾고, ‘열등한’ 여성과 자신을 구별해내기 위해 몸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장 큰 차이점을 페니스의 유무에서 찾았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드는 여아가 4∼6세가 되면 남성이 되기를 바라면서 남성의 페니스를 부러워하는 욕망(남근선망)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이는 여성을 페니스가 없는 부족한 존재, 남성에 비해 비정상적인 존재로 결정해 버린다.

이같은 의식은 가부장적 사회 전반에 퍼져 여성도 자신의 몸이 열등하다는 인식을 가지게 됐고, 이는 남성이 여성을 지배하는 족쇄를 더 굳건하게 했다.

페니스의 유무에 관한 논란 외에도 남녀는 각기 다른 노동을 함으로써 서로 다른 형태의 근육을 발달시켰다.

실제로 남녀의 근육을 측정하는 한 실험에서는 남자는 강한 근육을, 여성은 유연한 근육을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강함은 기존 가부장적 사회에서의 중요한 가치였다.

따라서 그 시대적 상황에서는 강한 힘을 소유한 남성이 유연한 근육을 가진 여성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이 자리잡았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는 오히려 여성 근육의 특징들이 더 높은 가치를 가지게 됐다.

강함보다는 컴퓨터나 악기 조작과 같은 유연한 움직임이 더 중요한 기술이 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국여성민우회 여성환경센터 국장 명진숙씨는 “우선 여성들 개인적으로 자신의 몸에 대한 기준을 가져야 하고 몸의 본질을 받아들이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뒷받침 돼야겠다”고 전한다.

여성 정체성을 몸과의 관련 속에서 개념화하는 연구들은 남성 몸과의 차이를 중심으로 진행되기 쉽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여성과 남성의 차이가 생물학적인 몸에서 비롯되었다고 보는 시각이다.

이는 가부장제 같은 남녀 차별적인 제도들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오용될 가능성이 있다.

그것은 차이일 뿐, 차별이 될 수는 없다.

이에 대해 한신대 조정옥 연구교수(철학전공)는 “실존주의적 사고에서 남녀는 본질적으로 다른 존재”라며 “그 차이를 우열의 개념으로 보고 거기에 가치론적 평가를 내리는 것은 잘못”이라고 전한다.

사실상 여성과 남성의 몸은 ‘인간의 몸’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통합적인 범주 안에서 만나는 것이 옳다.

표면적인 차이를 가지고 우열을 가리기 보다 넓은 시각에서 몸을 바라보자. 인간의 몸은 서로 열등하다거나 우월하다는 개념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사람들 각자가 서로 자신의 개성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처럼 남녀의 차이도 생물학적 다양성으로 봐야한다.

서로 다른 다양성을 인정하기위해 노력한다면 우리가 느낀 ‘차별’를 넘어서서 ‘평등’한 인간 관계를 이룰 수 있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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