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마인드 바이러스」(리처드 브로디 지음)

“염색 좀 해!” 토종 검은 머리를 지닌 친구에게 답답하다는 듯이 이런 말은 건네는 당신, ‘아름다운 갈색 머리’를 자랑하는 당신은 이미 마인드 바이러스에 지배 당했다.

당신의 마인드는 ‘염색한 머리가 유행이다’라는 밈에 감염돼 ‘갈색 머리’를 더욱 선호하게 됐기 때문이다.

미국의 과학 저술가 리처드 브로디는 「마인드 바이러스」를 통해 이렇게 주장하고 있다.

‘마인드 바이러스가 당신을 지배하고 있다’고. 그 과정은 이렇다.

인간의 마음에 침투된 여러가지 밈이 모여서 마인드 바이러스를 형성한다.

예를 들어 여성의 마음에 ‘패션을 아는 것이 좋다’라는 밈과 ‘유행에 맞게 옷을 입는 여자가 앞서 간다’, ‘나는 앞지르고 싶다’는 세 개의 밈이 있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짧은 치마가 유행할 때 그것을 입는 행동은 마음 속에서 이 세 개의 밈이 동시에 작용해 마인드 바이러스로 표현된 결과이다.

즉 ‘짧은 치마가 유행이다’라는 또 하나의 밈에 의해 미니 스커트를 입는 마인드 바이러스가 여성들 사이에 전파되는 것이다.

이렇듯 마인드 바이러스는 사람들 사이에 급속히 퍼져 사람들의 사고와 생활을 바꾸는 전염성 있는 문화의 부분을 가리킨다고 이 책은 전한다.

브로디의 「마인드 바이러스」는 밈학의 입문서로서 밈의 침투, 복제, 전파 현상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밈학의 실용적인 필요성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있다는 데 주목할만 하다.

브로디는 과학 텍스트로서가 아니라 밈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소개할 목적으로 이 책을 기획했다고 한다.

이렇게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하고 우리가 그것을 받아들이는 과정 자체가 기존에 침투해 있던 우리 안의 마인드 바이러스와 싸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브로디의 패러다임을 순응적으로만 받아들인다면 기존의 마인드 바이러스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새로운 브로디식의 바이러스가 다시 당신의 마음을 지배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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