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라는 용어는 이젠 생물학에서만 쓰이는 용어가 아니다.

컴퓨터 바이러스는 그 중 널리 알려진 것이며 문화 바이러스, 사랑 바이러스, 심지어 부정부패와 같은 망국 바이러스까지 이름도 다양하다.

생활 속 많은 것들에도 바이러스라는 이름이 붙여졌는데 전염 속도가 빠른 바이러스의 성질을 이용해서 붙인 것이지만 원래의 의미보다 조금 가볍고 덜 심각한 의미로 쓰인다.

잡지, 책, 동아리, 팬클럽 등의 이름에 바이러스라는 용어를 넣어 ‘널리 퍼지게 하다’, ‘전염성이 강하다’라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한다.

한 청소년 잡지의 이름이 ‘1318 바이러스’인 것이나 연예인 팬클럽의 이름이 ‘누구 바이러스’ 하고 지어지는 것도 그런 경우. 그만큼 사람들을 전염시킬 정도로 ‘강렬하고 좋다’라는 뜻에서 지은 이름인 듯. 새로운 바이러스가 영화에 등장하기도 하는데 얼마 전 개봉했던 ‘나비’는 망각 바이러스라는 소재로 미래의 서울을 그리고 있다.

망각 바이러스는 잊고 싶은 기억만을 지워주는 바이러스로 나비를 통해 전염된다.

망각바이러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부터 버리려는 사람까지 영화 속 주인공들이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모습도 제각각. 또한 공산주의를 상징하는 레드와 바이러스가 주는 부정적인 느낌을 결합해 ‘레드 바이러스’라는 신조어가 나오기도 했다.

「레드 바이러스」(박홍·남용우 저/거목)라는 책에서는 과격한 공산주의 사상·주사파 등의 운동권의 사상을 레드 바이러스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레드 바이러스의 실체를 정확히 알고 이에 대한 사상적 항체를 키워나가야한다고 말한다.

이는 맹목적으로 퍼질 수 있는 사상 바이러스에 대한 경계이다.

현대 사회에서 바이러스는 하나의 유행처럼 신조어를 만들기도 하면서 ‘급격히 퍼질 수 있는 것’들의 상징인 동시에 전문적인 영역 뿐 아니라 일상적인 영역에서도 많이 쓰고 있는 개념이 됐다.

이젠 바이러스는 인체로의 침투에서 인간의 생활, 문화로의 ‘나쁘지만은 않은’ 침투를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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