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무의식에 침투해 빠른 문화 전파 유도

얼마전 가수 god의 신곡이 표절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었다.

노래가 외국가수가 발표한 멜로디 랩 장르의 곡과 비슷하다는 의혹을 받았던 것. 혹시 작곡가 박진영의 머리에는 멜로디 랩에 관한 ‘밈(meme)’바이러스가 복제돼 있었던 것이 아닐까? ‘밈(meme)’이라는 개념은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 처음으로 등장했는데 최근에는 옥스퍼드 사전에 그 정의가 수록됐을 정도로 유명한 개념이 됐다.

도킨스는 이 책에서 인간이 가지는 가장 중요한 특징은 ‘유전자를 전달하는 생물학적 도구’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후 유전적 결정론에 반박하는 여러 논의들이 학계에서 제기되면서 도킨스는 인간의 ‘문화’만은 그 특수성을 가진다는 내용을 책의 12장에 새롭게 덧붙였다.

인간이 자신의 유전적 정보를 DNA를 가진 세포를 통해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것처럼 밈이라는 요소를 통해 문화 중 훨씬 우수한 것들을 서로에게 전파하거나 혹은 전수한다는 것이 논의의 핵심개념이다.

이 밈의 특성은 상당부분 바이러스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

우선 전달하고자 하는 문화를 새로운 개체에게 자기복제하며 수신자는 자신도 모르게 밈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

음악에서 표절이 발생하는 경우나 우리가 무의식 중에 유행을 따르게 되는 것도 그 시대의 지배적인 밈에 감염됐기 때문일 수 있다.

그런데 밈은 일반 바이러스보다 훨씬‘빠르게’자기 복제를 진행한다.

특히 정보화 사회가 진행될 수록 서로 다른 문화권의 밈들은 실시간으로 전파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한 문화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서태지의 음악이 처음 등장했을 때 그 문화복제는 불과 1년도 걸리지 않았었다.

밈이라는 개념은 그 실체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현상에 밈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서울대 홍영남 교수(생물학 전공)는 “밈의 개념은 문화의 후천적 변형을 설명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더욱 중요하다”고 말한다.

인종주의를 비롯 유전적 차별이 존재한다는 주장에 반해 밈은 인간이 만들어 내는 문화들은 상대적으로 자율성을 가지고 자연적이며 빠르게, 긍정적 의미에서 바이러스 처럼 침투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밈의 바이러스적인 속성을 생각한다면 그 부작용에 대해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사회학자인 청소년 개발원의 최원기 선임연구원은 “박정희라는 악성 바이러스적 요소가 없었다면 전두환, 노태우가 있을 수 없었던 것처럼 사회와 문화전반에 바이러스적인 요소가 침투한다면 부작용 역시 쉽고 빠르게 퍼질 것”이라며 “긍정적 문화 바이러스의 침투를 위해서는 다른 사람을 타자화하려는 지배적 욕구의 문화전파는 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차이로 인한 다양함이 공존하는 것은 좋지만 획일적이고 지배적인 성격의 밈 전파는 막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일상 속의 컴퓨터 바이러스처럼 문화 역시 이제 차원을 달리해 다른 사람의 머리 속에 침투해 들어가는 세상이다.

동시에 과연 나에게는 얼마나 독특하고 침투력 강한 밈이 있는가 질문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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