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쳐기업의 노동실태 진단

처음 노동조건의 유연화를 통해 창의성 발현을 최대화한다는 벤처기업들의 근로조건에 대한 적신호가 접수되고 있다.

지난 5월 벤처 (주)멀티미디어 시스테므이 직원들은 벤처기업 최초의 노동쟁의를 일으키며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흔히 벤쳐라 불리는 중소기업형의 IT산업 종사자들은 ‘10시 불퇴근’,‘월요일 출근 토요일 퇴근’이란 우스개 슬로건이 떠돌 정도로 노동중독의 도가니에 몰려있다.

현재 닷컴 기업의 노동자들은 코스닥 상장이나 스톡옵션 형태로 임금을 배분받고 있다.

하지만 그대가로 벤처일꾼들이 치뤄야 하는 것은 17세기 탄광으로 돌아간 노동시간의 개념조차 없는 일의 반복이다.

우리사주는 IT산업에서 일하는 개개인에게도 성공해서 회사를 키워야 한다는 강력한 목적을 불러넣어 테헤란의 태양을 질 수 없게 만들었다.

라도삼씨는 (중앙대 신방과 강사)는 “대부분의 닷컴 종사자들이 컴퓨터 매니아란 점을 이용해 일과 놀이를 혼동케 만들어, 중노동 이상의 지옥생활을 하게끔 교묘하게 이용한다”고 지적한다.

컴퓨터 산업의 꾸준한 벌전과 정보화 문화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98년부터 급격히 불기 시작한 IT의 붐은 기형적인 산업구조를 가져왔을뿐이다.

실리콘밸리를 쫓아 도용한 팀웍제 역시도 개인의 창의성을 북돋아 주기보단 최소한의 팀원으로 인원을 감축하는 ‘구조조정’으로 악용 되었다.

결국 한사람이 한 사람 이상의 몫을 하면서‘노동’이외의 어떤 활동도 반납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팀제 그리고 우리사주 형태의 공동 기업 형식은 책임감의 소재를 불투명하게 만들어, 최근에는 소위 CEO들의 모저 헤럴드(도덕적 헤이)가 드러나면서, 최근 IT산업의 불황을 더욱 거세게 몰고갔다.

결국 그들은 임금 대신 받은 주식을 들고 오도가도 못하며, 벤처를 살려 보겠다고 더욱 거센 노동에 시갈리게 된다.

처음 퍼스널컴은 그리고 실리콘밸리는 정보를 공유하려는 히피들에 의해 발전해 왔다.

그러나 단지 고부가가치의 산업으로 급속도로 도입된 국내의 IT산업들은 이제 노동자들의 충혈된 눈과 굳은 어깨를 담보로 종이장이 되버린 코스닥을 움켜쥐고 있다.

노동의 유연성을 강조하며 고급인력을 흡수해간 IT산업들은 노동에 절은 인간만을 만들어 냈다.

그들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한 줌의 숙면을 위한 노동거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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