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시가에 맞춰 도착한 라이브클럽 카페는 어째 분위기가 음산하다.

한창 손님이 많을 저녁 시간, 손님처럼 보이는건 기자들밖에 없어 보이는데 주문을 받으러 올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가지각색 외모의 6명이 카페 구석에 옹송그리고 앉아 자기들끼리 밴드 이야기에 열을 올릴 뿐, ‘춥다’를 연발하던 그들이 기자가 관객의 전부인 무대에 올라 공연을 시작하려는 찰나 이 라이브클럽 카페 사장 김영등씨(32)가 나타났다.

이 카페를 운영하는 것 이외에도‘change21’에 몸담으면서‘유스페스티발’같은 행사 기획에 참여해 온 그는 93년 대학을 졸업한 후 일반적으로 말하는 취업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소위 문화백수다.

카페에 있던 사람들은 대부분 대학생들로 음악이 좋아 공연을 하는 이들이란다.

그들은 아르바이트를 통해 용돈을 벌고 이 같은 클럽에서 공연도 하며 자신들의 음악을 다듬어 나가는 데 열중한다.

그들 대부분은 크라잉 넛처럼 자신의 음반을 만들고 유명해 지는 것을 꿈꾸며 이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다.

열고 싶을 때 열고 문닫고 싶을 때 닫는 식으로 운영하다 보니 카페는 늘 적자신세를 면치 못한다.

요즘에는 오히려 외부에서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쏟아부어야 할 때가 많다.

하지만 그는 “경제적으로만 보면 당장 문을 닫아야 마땅하지만 이런 클럽은 언더 음악이 클 수 있는 장이기에 이를 꾸려나가는 것은 큰 보람”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당장 입어야할 옷을 사는 것보다 듣고 싶은 CD를 사는 것이 더 아깝지 않은 그는 어떻게 생계를 유지해 나갈까? “도시 빈민이에요. 최소한 먹고 자는 수준만큼 벌고 쓰죠. 지금 후배 집에서 얹혀 살고 있구요. 이 잠바랑 바지도 후배가 빌려 준거구요. 신발은 1년전에 누가 사준거고…남방은 제가 2년 전에 큰맘먹고 샀습니다.

”묻지도 않았는데 자신이 입고있는 옷의 출처까지 주저리주저리 설명한다.

자신이 쓸 최소한만큼의 돈을 아르바이트로 벌어 쓰는 일본 젊은이들을 뜻하는 프리터(free+arbeiter)에 대한 생각을 물어봤더니 “걔네는 그렇게 살아도 주변에서 이상하게 보지 않으니 부러울 따름이죠”라며 “한국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가난하게 사는 것은 모난 돌 취급을 받는다.

”고 말한다.

삼십이 넘도록 일정한 거처와 직업이 없이 사는 그에게 시골에 계신 부모님은 애려와서 농사나 지으라고 성화다.

이처럼 경제적 문제나 인간관계 등에서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운영하고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음에 만족하고 있는그. 바램이 있다면 자신의 카페를 문화적 실험의 장으로 만들어 새로운 음악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들려주고 싶은 것과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방 한칸을 갖는 것이다.

“결혼도 하고 싶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대책이 없죠”라며 머쓱하게 웃는다.

김영등씨는 모든 사람들이 웃고 즐겁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꿔본다.

돈 때문에 팍팍해진 이 세상에서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단다.

메뉴판을 유심히 쳐다보다 “500원이 또 올랐네?”함녀서 제일 싼 커피를 주문해 마신 그는 “잘마셨스빈다.

”하고 일어선다.

30대가 되니 20대처럼 자유롭게 사는 것이 힘들다고 속내를 털어놓은 그는 요즘들어 더 많이 피운다며 담배를 입에 문다.

이상적 자아와 냉혹한 현실 속에서 갈등하는 모습이 역력한 그는 다시 라이브클럽으로 돌어간다.

자신만의 유토피아인 그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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