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취재 한 여성들은 대졸의 안정된 직업을 가진 30세 전후반의 여성들이었다.

그녀들의 고민은 결혼과 육아 그리고 잃어버린 자신의 꿈, 이런 것들이었다.

대학 문을 나서면서 자신의 기대와 세상이 내주는 자리와 타협해 가면서, 작가 은희경의 말처럼 때가 되면 갖출 것은 갖추어야마 하는 삶. 그렇다고 비관적이지도 기세등등하지도 않은 결국 타인에겐 아무렇지도 않은 삶을 살아왔고 살고 있으며 살아갈 것이다.

여성에게 있어 성공이란 무엇일까? "남성들과 굳이 구분 지을 이유가 없다"는 웹디자이너 권수연씨의 말부터, 디자이너 연정희씨처럼 "여성들이 자기만족을 찾거나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라고 흔히들 말한다.

하지만 "성공"이란 수식어가 흔히 말하듯 주관적인 잣대만을 가지고 판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자기만족이란 긍정성 역시, "이만하면 괜찮지 않아"라고 자신을 합리화하며 살아간다는 법률신문사 기자 박신애 기자의 말처럼, 자기기만의 다른 면일수도 있다.

흔히 성공의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여성은 매우 드물다.

소수의 여성상에 자신을 투영시키다 지쳐, 열등감과 상대적인 위치에서 만족을 찾는 주어진 하루하루를 사는 대다수 여성들의 삶을 보면서, 모두가 전여옥이 될 수 있다는 논리는 그들의 삶 자체를 기만적으로 만들어 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가정과 사회라는 두 공간을 쫓는 직업여성들은 슈퍼우먼의 신화를 강요받는가? 글쎄...그런 것 같지도 안았다.

오히려 공존할 수 없는 두 공간을 지고서 어느 하나 버리지도 선택하지도 못하는 좌불안석의 동동거림을 사회는 즐기고 있다.

"여성의 불안"을 사회진출에 대한 대가로 지우고 있는 것인가. 현재 자신의 직업과 삶에 만족한다는 만 서른의 권수연씨는 원했든 원치 않았든 미혼의 사유가 일로 돌려진다고 한다.

하지만 동시에 끊임없이 결혼에 대해 생각하고 또그로 인해 직장에서 뒤떨어질까 결혼이 두렵다고 말한다.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고 그리고 전문직에 종사하는 박신애씨는 아이문제에 책임을 느끼지만 고민의 결론을 찾지 못해 아직 방황만 하고 있다고 한다.

전통적인 여성상과 자라면서배워온 여성상 사이의 과도기에 빠진 여성들은, 슈퍼우먼이란 신화 속에 기어코 둘 다를 이고 가려고 애쓰고 있었다.

이젠 더 이상 과거의 모성이 미덕도 악덕도 아닌 현 상황에서 의무처럼 아이를 낳는 여성의 몸은 모성이 거세된, 아이가 통과하는 몸일 뿐이다.

지방신문사에서 일하는 김은주씨 그리고 박신채씨 두 기혼 여성은 자신의 성 생활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었다.

굳이 이유를 되묻지는 못했지만, 욕망의 문제는 아직 갈 길이 멀단 느낌이 스쳤다.

여성의 몸의 문제는 사회문제와는 또 별도의 길을 가고 있다.

페미니즘의 성공 이데올로기에 그리고 전통사회의 여성상에 어떻게든 자신을 구겨넣으며, 일상의 불안을 합리화로 달래야 하는 현대여성들, 단순 과도기의 과정일 뿐인 것인가. 그들의 진정한 행복은 무엇일까. 행복의 집착 역시 또 한 겹의 피로를 내리 누르는 것은 아닐까란 혼란에 빠진다.

유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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