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는 참여와 연대가 이루어지는 공동체이자 독점과 지배가 이루어지는 이중적인 공간이다.

네트는 권력의 지배와 통제로부터 자유로운 아나키즘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자본과 권력의 감시와 통제가 이루어지는 지배의 공간이기도 하다.

인터넷이 상업화되기 이전의 네트공동체는 독립된 주체간의 자발적 참여와 자유로운 연대를 통해 이루었다.

그러나 자본이 네트를 온통 시장바닥으로 만들어 버리면서 네트공동체는 점차 조작된 가짜 공동체의 울타리 안에 갇히기 시작했다.

산업시대의 권력은 물질의 힘에서 나왔다.

광화문 앞에 버티고 선 탱크와 포항 제철의 펄펄 끓는 쇳물이 이 시대 힘의 상징이었다.

힘센 대형 정당과 재벌 기업이 정치권력과 경제력을 독점하였다.

대형 독점 권력의 사전에는 나눔이나 합의란 없었다.

그러나 인터넷은 물질의 힘을 정신의 힘으로 바꾸고, 소수의 독점 권력을 다수의 참여와 연대에 입각한 새로운 힘으로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우리에게 제시한다.

자신의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려는 헤커와 와레즈에서 카피레프트를 주장하는 부류에 이르기까지 네트는 안티와 아나키즘과 친화력을 갖고 있다.

인터넷이 욕설과 비틀기와 패러디로 난무하더라도 네트가 열어준 새로운 자유와 연대의 가능성을 목욕물 버리듯 전부 내다버리기는 아직 이르다.

이더넷을 고안하고 3com 이란 회사를 만들었던 매트켈프는 "네트워크의 효과란 네트워크로 연결된 노드 수의 자승"이라고 지적하였다.

n개의 노드가 네트워크로 엮이면 그의 총 효과는 n의 자승이 된다는 것이다.

메트켈프의 법칙을 인터넷을 사용하는 네티즌에 적용하려면 다음의 두가지 전제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첫째, n개의 노드(네트 사용자)가 각기 다 차이를 갖는 개성적인 것들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둘째, n개의 노드를 이어주는 의사소통의 프로토콜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n개의 개성적인 노드를 갖추고 있어도 이들을 이어줄 의사소통구조나 프로토콜이 없다면 네트워크의 효과는 발휘되지 못한다.

경상도 천재와 전라도 천재가 만나 서로에 대한 편견으로 다투거나, 한 사람이 "아" 했는데 "어" 했다고 싸운다면 네트워크의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

똑같은 표준화된 사람이 100명, 천명 네트워크로 엮여봐야 그의 지적 총량 혹은 네트워크 효과는 1에 불과하다.

다가올 디지털 시대에 개성과 창의성이 주된 미덕으로 강조되는 이는 바로 이러한 네트워크 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함이다.

1000명의 창의적인 사람이 네트워크를 통해 자신들의 생각을 주고받을 때 1000의 자승이라는 놀라운 지적 역량이 발현된다.

그래서 디지털 시대에는 개인의 창의성이 더욱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컴퓨터 네트워크는 고구마 뿌리처럼 얽힌 구근형 구조를 갖는다.

이것은 줄기와 뿌리, 가지간의 계통적 위계가 서있는 수목 모델과는 다른 구조이다.

구근형 구조에서 중심은 무의미하거나 힘을 쓸 수 없다.

구근 줄기의 어느 부분에서나 힘이 뻗쳐 나갈 수 있고 그 영향은 신속하게 사방으로 번져나간다.

네트의 이런 탈중심적 구조를 아나키즘과 연관시키기도 한다.

분명 네트는 무질서하고 어떤 때는 개판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컴퓨터 네트워크의 리좀구조는 수동적 정보 소비자를 적극적인 정보 사용자로 강화하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네트 사용자는 자신이 전달할 정보의 내용과전달시간, 전달의도, 전달대상을 선택한다.

뿐만아니라 자신이 전달받을 정보도 적극적으로 선별할 수 있다.

네트 사용자는 적극적 개입과 참여로 스스로 미디어의 내용과 형식을 창출하는 창조적 주체로 설 가능성을 갖고 있다.

바로 이점이 개인의 참여를 확대하고 주체성을 회복하느 민주주의의 초석으로 작용할 수 있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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