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네즈, 지오, 시스템, 닉스 GV2, TTL, M.com, 모닝 글로리, 매직 스테이션… 화장품, 의류, 핸드폰, 학용품, 컴퓨터 등 우리가 늘 접하는 국산 상품들은 대부분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 이름을 가지고 있다.

몇년 전 의류 브랜드에서는 드물게 한글 이름을 내걸고 나온 청바지 브랜드 ‘잠뱅이’가 애국심에 호소하느 ㄴ광고를 화제를 모았던 것을 보면 이젠 국적이 모호한 영어 이름들이 자연스러운 ㅘㄴ경이 돼버린 상황을 알 수 있다.

최근에는 상품명 뿐 아니라 아예 기업명까지 한글이름에서 영어이름으로 변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삼성출판사는 NSF로, 우성타이어는 넥센타이어로, 보성중전기는 보성파워텍으로, 경수종합금융은 리젠트 종합금융으로, 삼성항공은 삼성 테그원으로 기업명을 바꾼 것을 비롯해 올해들어 약 45개 이상의 기업이 영어이름 간판을 내걸었다.

역시 올해 기업명을 바꾼 메리츠(Meritz)증권(구 한진증권)의 기확실에 근무하는 김용호씨는“금융분야에 외국 자본이 급속히 들어오고 있는 만큼 금융기어브이 이미지도 글로벌 시대에 맞춰가야 한다는 생각에 이름을 바꿨다”고 설명한다.

또 한솔 케미언스(구 한솔화학)기획실의 한 관계자는“본사가 생명과학 분야까지 사업을 확장하는 등 규모를 키워나가고 있는 만큼 국내에 국한되지 않는 폭넓은 경영을 위해 새로운 영어 이름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많은 기업들의 이런 영어 이름 개명 바람은 앞으로도 더 활발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 김동훈 교수(경영학 전공)는 이런 상황에 대해“기업이나 상품 이름은 그것이 추구하는 이미지에 맞고 소비자들이 외우기 쉽도록 만들어지는 경향이 있다”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이국적이고 국제적인 이미지를 선호하는 만큼 영어 이름이 계속 쏟아져 나오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그런데 이제는 단순히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이미지에만 맞춰 이름을 짓는 경향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즉 사람들이 인식하기 쉽고 멋있어 보이는 영어 이름들은 기업이나 소비자들로 하여금 우리의 정체성을 망각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 이름만 봐서는 우리나라 국적을 가진 것 같지 않은 우리 상품들과 기업들의 바다 속에서 소비자들은 이미 드물게 보이는 한글 이름들에 더 신선함과 특별함을 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영어 이름을 짓되 일본 고유의 이미지도 함께 품기는 기업이름을 선책한 SONY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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