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대학별 영어 정책 진다

이제 영어는 대학생활의 피해갈 수 없는 관문 중 하나다.

우선 대학생들은 졸업을 위해서라도 영어를 게을리할 수 없다.

성균관대의 삼품제, 경희대의 졸업시험인증제(CRS), 서울대의 텝스에 이어 우리 학교와 고려대도 2000학년도 신입생부터 일정 수준 이상의 토플이나 토익 점수를 졸업 요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95년 개교 이후 영어가 졸업요건이었던 한동대는 졸업예정자의 13%가 이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해 졸업을 하지 못하고 있을 정도다.

영어로 하는 전공강의도 들어야 한다.

심지어 아주대 경영대는 2003년까지 전공수업 100% 영어강의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아주대 이창환 교수(경영학 전공)는“질문과 시험도 영어를 요구하고 있어 학생들의 학습량이 훨씬 더 늘어나고 있다”며“국제화 추세에 발맞춰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필수적인 과정”이라고 밝혔다.

우리 학교도 각 전공별로 영어강의를 개발하도록 권장하고 있고 영어강의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한편 서울대는 5월 신임교원 선발시 영어능력을 주요 채용기준으로 삼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외국대학과의 교류 활성화로 5∼10년 후면 상당수 학과의 강의를 영어로 진행 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교환학생제도도 확대되고 있다.

서울대도 앞으로 4∼5년간 기존의 교환학생규모를 확대해 학부생의 10%를 교환학생으로 내보내기로 결정했고 외국대학으로 나가는 학생수만큼 외국학생을 받기 위해 기숙사와 영어수업 확대안을 검토중이다.

그리고 연세대도 국제화에 발맞춰 42개국 420개 대학과의 교환학생제도를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이런 대학 정책의 공통점은 세계화에 부응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영어능력을 배양시켜 경쟁력을 갖추게 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 대학 학사제도과 이승복씨는“영어 뿐만 아니라 졸업요건을 강화해 나가는 데 찬성”이며“대학을 나와 사회의 수요를 만족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다만“학교 특성과 전공에 따라 다양화 할 것을 권고할 뿐이며 반영여부는 학교측의 재량”임을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고려대 김기호 교수(영어영문학 전공)는“토플이나 토익만으로 학생들의 영어 실력을 평가하는 것이 무리이므로 지속적으로 제도를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연세대 이경원 교수(영어영문학 전공)도“모든 대학생들이 자신의 전공과 진로와는 무관하게 졸업하기 위해 영어를 공부하고 있다”며 그 제도를 자체적으로 비판하고 “영어를 살아있는 언어로 받아들이지 않고 점수에 치중해 문제”라고 밝혔다.

또 특기자전형과 관련해“사회적 불평등이 교육으로 제도화되는 문제가 간과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각 전공에서의 영어강의 개설 열기와 교수채용기준에 영어가 채택된 것에 대해 경희대 송창섭 교수(영어영문학 전공)는“전공별로 특성에 맞게 도입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아주대 이성휴군(경영·2)은“영어전공강의의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학생들의 의견을 묻는 과정이 필요했다”고 밝힌다.

이같은 지적들은 대학에서 도입하고 있는 다양한 정책들의 목적은 뚜렷한(?) 반면 그 목적의 타당성에 전 성원들이 동의하고 있지 않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생들은 누가 만들었는지도, 타당한지도 알 수 없는 국제화 규격(?)에 맞게 양산돼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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