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특집­영어가 세계사 흐름을 바꾼다’,‘새천년을 연다­세계 언어 90%가 사라진다’ 새천년을 준비하며 각 일간지에서 경쟁적으로 마련한 21세기 특집 기사의 키워드는 단연 정보화와 영어였다.

학교 자랑 일색이던 대학 졸업축사 또한 올해에는 디지털과 영어로 생존 전략을 마련하라는 내용이었다 하니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정보화 시대 속에서 세계공용어로서 영어의 위상이 다시 한번 강조되는 셈이다.

언어 공동체를 통한 바벨탑 건설을 꿈꾸었던 고대인들의 이상이 21세기에 과연 영어를 통해 이뤄질 것인가? 지금 이 시점에서 영어의 필요성, 영어로 인한 자국 문화의 침해 여부를 운운하기에 영어는 이미 대세가 돼버렸다.

이를 두고 왈가왈부하다가느 ㄵㅏ칫 편협한 국수주의나 쇼비니즘으로매몰되기 십상이다.

현재 컴퓨터에 저장된 정보의 80%가 영어로 돼 있으며 인터넷 메일은 약 90%가 영어로 오고간다.

17세기 섬나라 영국의 500만명이 쓰던 소수민족어 영어는 16세기 제국주의 식민지 경영과 18세기 산업혁명, 과학기술 발덜로 인해 산업사회, 기술, 지식 분야에서 주요 언어로 자리잡았다.

20세기에 들어 미국이 세계 정치 주도국으로 부상하면서 영어는 명실공히 세꼐고용어의 위상을 갖게 된다.

세계시장에서 영어의 독주는 팍스아메리카, 미구그이 힘의 논리와 무관할 수 없다.

미구그이 세계미래협회는 97년 전세계의 지도적인 학자, 경제인, 과학자들을 동원한 미래진단 프로젝트에서‘21세기에는 하나의 지구문화가 창풀된다.

현재 세계 언어의 90% 이상은 소멸할 것’이라는 극단적인 전망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이 미국식 영어의 세계 제패를 단언할 수 있을까? 우리 나라가 영어 열풍으로 뒤덮여 있는 사이, 글로벌 잉글리쉬의 등장에 맞서는 강력한 이론들이 속속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에 맞서기 위한 지역 경제권의 대두가 그것을 뒷받침한다.

유럽연합(EU), 나프타(NAFTA), 아세안(ASEAN), 아펙(APEC)등 경제블록은 각 중추언어들을 중심으로 지역화를 이루려 하고 있다.

북아프리카와 중동지역에서는 아랍어, 중남미 지역의 스페인어, 중화경제권의 중국어가 중추언어를 이루며 특히 아시아, 중남미 지역의 경제 발전이 미국, 일본, 유럽의 세력을 대폭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또한 지속적인 과학기술 개발을 통한 다양한 번역기 개발도 자국의 언어를 유지케 하는 유용한 도구로 작용하낟. 정보의 바다라는 인터넷에 아무리 쓸모있는 자료가 가득하다 해도 영어를 못해‘서말의 구슬’에 불과한 정보들을‘직접 꿰어 보배로 만들어 주는’역활을 하는 것이다.

신종 번역기는 종전 제품에 비해 번역률도 70% 수준으로 향상되고 번역 속도도 빨라지는 추세다.

특히 존댓말은 물론, 특수 문형과 중의어를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세부적 기능도 보강돼 있다.

한글로 된 일본신문 홈페이지, 스페인어로 된 영어 학습 사이트, 중국어로 된 경매 홈페이지 등 다국어 웹사이트들도 제2외국어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로 볼 때 수년 후, 인터넷에서 영어의 양성이 지금처럼 굳건하리라 예상히기는 힘들다.

인터넷 시대 영어의 위기는 단지 세력 균형, 과학기술에 의한 위협에서만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

전자상거래, 정보제공의 매개인 인터넷 영어는 곧 기능화된 언어로서 해석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표준과 글로벌 문화가 확산될수록 미국화는 도리어 희석되고 영어 또한 싱글리쉬(싱가포르식 영어), 쟁글리쉬(일본식 영어)등으로 각국의 언어에 맞게 변형되고 있다.

프랑스 소설가 미셜 트루니에는“우리 시대 문화적 비극 중 하나가 영어, 즉 셰익스피어의 언어, 찰스 디킨스의 언어가 사라져 가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영어는 이제 뿌리가 없는 국제어로 변해 점점 더 단순해지고 빈약해 질 것”이라며 영어의 미래를 점치기도 했다.

이러한 영어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파워가 지속되는 한 영어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란 힘들다.

무럿보다도 사이버 세계뿐 아니라 현실 네트워크에서 미국, 그리고 영어 중심의 획일적 구도는 모국어를 지키며 정체성을 지키려는국가들에게 위협이 된다.

최성만 교수(독어독문 전공)는“영어는 상업성을 강하게 띠며 특히 경제적 전략으로 들어온 영어는 쉽게 다른 언어들을 배제하고 독점하게 된다”며“이는 곧 문화식민주의, 신식민주의의 도래를 말한다”고 우려한다.

정보화 시대를 살아가는 사회에 정보가 들어가지 않으면 곧 그 공동체는 죽는다.

정보를 얻으려면 언어를 알아야 한느데 그 언어가 미국말 일색일 때 구성원은 미국식으로 각생된 문화만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는 이미다.

더욱이 걸핏하면‘∼열풍’,‘∼붐’이 끊임 없이 일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미국 문화의 맹목적 추종은 우리의 정체성 찾기 작업에걸림돌이 되고 있다.

최영 교수(영문 전공)는“무조건 유행에 맞춰 앞서 나가려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우리가 선진국에 비해 늦게 가는 나라라면 그에 맞는 장점을 살려야 한다”며 “뒤늦은 나라들으 ㅧㅓㄴ례를 남긴 나라들의 실수를 관찰하고 교정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로마시대 이후 중세까지는 라틴어가, 몽고가 원나라 제국을 세우며 맹위를 떨칠 때에는 몽고어가, 20세기 이후에는 영국, 미국의 발전과 더불어 발달한 영어가…. 국가의 흥망성쇠와 더불어 언어는 그 세력의 강약을 달리한다.

예전에는 군사적, 정치적 힘이 언어를 전파하는 힘이었다면 이제는 막강한 경제력이 그것을 대신한다.

과연 미국이 세기를 대변하는 영어의 바벨탑은 완성될 것인가, 아니면 미국의 몰락과 함께 무너져 갈것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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