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대한 자신의 기본적인 시각은 어떠하며 대학생들이 북한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재원(이)=작년 음대 학생회장을 지내고 남북교류단체인 ‘지우다우’에서 활동하면서 느끼는 것은 보통 대학생들이 통일이라고 하면 민족·조국 등의 단어를 떠올리면서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러나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완화됐고 학내 통일운동이 활발해 졌다고 생각한다.

한소영(한)=학생들이 통일운동에 얼마나 참여하는지는 의문이다. 일반 대학생들이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두가지다. 북한을 동정하거나 반공 사상의 영향으로 북한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는 경우다. 학생들은 대중매체나 선생님의 말을 통해 북한을 접하는데 이들 매체는 통일에 대해 주로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이에 많은 영향을 받는 것 같다.

김동환(김)=주변 친구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북한은 못먹고 못살고 과격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이는 맹목적인 반공교육과 보수언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왜 한반도만이 전세계에서 유일한 분단 국가로 남아있어야 하는가에 의문을 품고 ‘흥사단 대학 아카데미 전국협의회’에서 활동하면서 북한을 제대로 알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문희영(문)=고2 때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의 남북학생교류행사를 통해 금강산에 갔었다. 그때 처음 본 북한 사람들에게 호기심이 생겼고 이것이 계기가 돼 북한학과에 지원하게 됐다. 그러나 북한학을 하면서 학문을 한다기 보다는 최고 통치자의 의지에 따라 변하는 북한의 현실에 대해 점을 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여태 잘 살아왔는데 굳이 통일을 해야 할까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북한으로부터 끊임없이 영향을 받고 있다. 따라서 북한에 대해 무관심한 것은 나를 둘러싼 환경을 외면하는 것이다. 지금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북한을 하나의 해결 과제로 인식한다.

­대학가에서 통일이라는 화두가 사라진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김=이태백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경제가 악화된 상황에서 학생들은 등록금·취업·학점 걱정 탓에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질 기회가 없다. 또 개인주의가 심화되면서 통일의 문제가 자신의 삶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한=경제문제 뿐만 아니라 대학생들은 통일운동 등의 학생운동 자체를 부정적으로 인식한다. 대학사회에서 통일을 외치는 집단은 학생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따라서 통일에 관심이 있으면 소위 운동권 학생들과 같은 부류로 여겨지는 사회적인 분위기를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다.

이=과거와는 달리 학생운동 자체가 자기 혁신을 통해 변하고 있다. 이제 통일은 학생들에게 먼 화두가 아니고 그것이 논의되는 범위도 넓어졌다고 생각한다.

문=통일의 화두가 사라진 것은 분단 이후 거의 60년의 세월이 지났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또 한총련을 비롯한 학생단체들이 통일에 관심을 갖지만 학생들은 이러한 활동에 무관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통일에 대해 끊임없이 논의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김=통일에 대해 막연히 ‘우리는 한 핏줄이니까 통일을 해야 한다’는 식의 접근은 옳지 않다. 사회경제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통일을 하면 분단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한편 한반도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관계로 대표되는 신냉전구조가 나타나고 있는데 이로 인한 피해자는 바로 남·북한이다. 우리 스스로가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외세에 의해 생존의 위협을 받을 것이다.

한=통일의 당위성은 지역공동체의 구성 및 협력에 있다고 생각한다. 통일을 하면 우리는 지역공동체 구성은 물론 폭넓은 인적·물적 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

문=옳은 이야기다. 전세계적으로 EU·NAFTA와 같은 지역공동체가 존재하고 있고 이들 간에는 관세철폐 등의 특혜가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는 남한과 북한 또는 북한과 일본이라는 대결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지역공동체를 구성하려는 논의를 많이 진행하지 못했다. 북한과의 평화문제를 해결한다면 우리도 지역공동체를 결성해 사회·경제발전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지역공동체·분단비용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한민족이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대안이 제시돼야 한다. ­남·북 갈등과 통일비용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통일을 반대하는 입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김=통일반대 세력들을 대부분 우리사회의 기득권 세력들이다. 이들은 역사적으로 일제 식민지시대부터 미군정시대로 이어지는 친일세력이다. 그 사람들은 자신의 떳떳하지 않은 개인의 과거로 인해 자연스럽게 통일을 반대할 수 밖에 없다.

문=남·북은 꼭 통일의 방법이 아니더라도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기득권 세력은 통일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남·북간의 평화로운 관계조차도 위험하게 생각한다. 이러한 이유로 평화를 위한 남북간의 교류조차도 하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이다.

한=통일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무조건 비판할 수 없다. 반공교육의 잔재가 남아있는 이상 사람들이 순식간에 변화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 사람들과 지속적인 토론을 통해 설득을 해나가야 한다 이=좌파·우파가 있는 것처럼 시간이 흘러도 우리 사회에 반통일 세력은 있을 수 밖에 없다. 반통일 세력을 무조건 비판을 가하거나 설득하기 이전에 그 사람들의 논리도 인정은 해줘야 한다. 중요한 점은 통일을 반대하는 세력과 찬성하는 세력이 좋은 방향으로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것에 있다.

­우리나라 정부와 민간단체의 대북사업을 평가한다면.

 이=노무현 정부의 경우 정부차원의 남·북교류사업은 거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민간단체에서 남·북교류사업을 진행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정부에서 남·북교류지원금을 지원하지 않는 한 민간단체의 대북사업은 단체가 엄청난 부자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

김=우리 사회에는 아직까지 국가보안법이 존재하고 있어 실정법상의 문제로 대북사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와 관변단체들이 통일운동세력이 넓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 이상 대북사업의 길은 계속 제한될 수 밖에 없다.

문=지금까지의 남·북교류 사업은 ‘퍼주기식’을 벗어나기 힘들다. 하지만 현대아산에 이어 한국토지공사가 시행하고 있는 개성공단사업은 퍼주기성 인식에서 벗어나 남·북 모두 실리를 취하는 경제논리로 시작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앞으로도 이와같은 경제논리로서의 교류사업이 확장돼야 한다.

한=대북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은 국가보안법으로 제한하고 있는 좁은 통로와 열악한 자금환경이라 생각한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한 대북사업의 진전은 없다.

 ­대학사회에서 다시 통일의 화두를 이끌어 내고 궁극적으로 통일을 이루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한=남·북통일을 개인적으로 가끔 생각은 했지만 고민의 대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좌담회와 같이 대학사회안에서 남·북 통일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면 대학사회안에 통일의 화두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 같다. 다양한 생각을 갖고 있는 대학생들이 사상이나 가치관을 뛰어넘어 남·북한 학생간의 교류의 장을 점점 넓혀가야 한다.

문=통일운동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을 던지며 맹목적으로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다. 실질적인 대안없이 비판만 하는 것은 비생산적이다. 기존 사회단체의 통일운동이 부정적인 측면도 있었지만, 우리가 자칫 놓치고 있는 문제들을 이들이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들의 활동에서 긍정적인 부분을 더 확대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통일운동이 대학사회 안에서 유행이 됐으면 좋겠다. 내가 생각하는 운동은 가장 능동적인 20대들의 활동성있는 움직임이다. 학생운동·여성운동을 비롯해 남·북 통일의 화두도 운동으로서 열려있는 마음을 갖고 신나고 가볍게 접근해 나갔으면 좋겠다.

김=지금 이 자리에서 이화인들에게 제안을 하겠다. 다음 새내기 새로 배움터는 금강산으로 가면 어떨까. 통일운동을 어렵게만 생각하지 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상황안에서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겨보자.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