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목) 오후8시 서울역 지하도 안은 한참 동안 씻지 못한 노숙인에게서 나는 불쾌한 냄새가 진동했다.

이러한 냄새에도 아랑곳없이 신학철 원장은 노숙인과 마주앉아 그들을 진료하는데 여념이 없다.

현재 서울역에 거주하는 수백명의 노숙인들은 매달 셋째주 목요일마다 ‘예수 선교회’에서 제공하는 저녁을 먹고 아픈 몸을 치료하기 위해 진료서를 받아 신학철 원장에게로 향한다.

“약 꼭 챙겨드시면 괜찮아질 거에요”라며 노숙인에게 건네는 그의 말은 여느 환자를 대할 때처럼 너무나 친절하다.

신학철 원장이 한달에 한번씩 서울역 노숙인들을 찾아 무료진료를 하게 된지도 어느덧 7년. 하루에 100-110명의 노숙인을 진찰하는 그는 해마다 늘어나는 노숙인 수에 가슴이 아프다.

대부분의 노숙인들은 과다한 음주로 인한 위장병과 오랫동안 쪼그리고 잠을 자서 생기는 근육통 및 감기를 앓고 있다.

하지만 그 중에는 이미 간암과 위암 등 중환자인 사람들도 있다.

치료받을 돈도, 신분증과 의료보험도 없는 그들의 병을 고치는 길은 막막하다.

더구나 최근에 서울시는 노숙인들의 입원·수술비 지원을 제한하는 방침을 밝혔다.

그는 “사람이 아프면 치료비 소유여부를 떠나 치료부터 해주는 것이 순서다”며 위급한 병인 것을 알고도 노숙인들을 죽게 방치하는 현실에 괴로워 한다.

IMF이후 우리 사회에 노숙인들이 많이 늘어났지만 그는 그 중에서도 부도로 노숙인이 된 한 중소기업 사장을 가장 안타까워 한다.

그가 신학철 원장을 처음 찾아왔을 때는 말끔한 양복차림으로 “꼭 다시 성공해 가정으로 돌아갈 겁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말끔한 그의 양복은 이미 누더기가 됐고 항상 술에 절어 살다가 한 쪽 다리마저 절게 됐다.

이제는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조차 보이지 않는 그의 모습에 신학철 원장은 “노숙인들을 구제할 구체적인 방안이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더군다나 경제사정이 점점 나빠지면서 가족단위의 노숙인도 나타나고 있어 그의 마음은 더욱 아프다.

병을 치료하려면 식후에 약을 하루에 세번, 꾸준히 복용해야 회복이 빠른데 노숙인들은 하루 세끼도 먹지 못해 약의 효능을 제대로 살리기가 힘들다.

그런 이유로 빠르게 치유되지 않는 노숙인들의 모습은 매달 진료를 나오는 신학철 원장의 기운을 빠지게 한다.

하지만 그는 이내 기운을 차려 셋째주 목요일이면 어김없이 그를 기다리고 있는 노숙인에게 발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오늘도 “약 꼭 챙겨 드세요”라며 노숙인의 손을 꼭 붙들고 ‘희망의 약’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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