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하게 태어났지만 보통 아이들과 다를 바 없이 얼마나 예쁜데요” 12일(수) 오후2시 우리 학교 동아리 ‘아가뽀뽀’와 함께 홀트아동복지회 일시 보호소로 향하는 길에는 촉촉한 봄비가 내렸다.

홀트아동복지회는 아동복지전문사회복지기관으로 국내외입양사업 등을 담당하고 있으며 아가뽀뽀는 지난 2001년부터 4년째 매주 이곳을 방문해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보호소에 도착하자 마자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서두르는 기자에게 아가뽀뽀 회장 신병주(정외·2)씨는 빨간색 앞치마를 건네주며 “아이들은 면역력이 약해서 만나기 전에는 꼭 손을 씻어야 해요”라고 알려준다.

현재 보호소에 머물고 있는 아이들은 모두 10명이지만 친부모가 양육을 포기해 버려지는 아이들이 한해 6천여명에 이른다.

이 중 해외로 입양되는 아이들은 2천300명, 국내입양은 1천600명 정도로 2천명 이상의 아이들은 새부모를 찾지 못해 입양기관이나 시설에 옮겨진다.

특히 장애아의 경우 국내 입양이 거의 불가능해 대부분 해외로 입양가고 있는 실정이다.

중증장애를 갖고 있는 영훈이는 2년이 넘도록 데려가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아 입양에 많은 어려움을 겪다가 간신히 다음 달 미국으로 입양을 가게 됐다.

홀트아동복지회 일시 보호소 신미숙 소장은 “장애아의 경우 정상아보다 가족들이 감당할 경제적·정신적인 부담이 큰 반면 이에 대한 지원이 부족해 장애아의 국내 입양은 100명 중 1∼2명 밖에 되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래서 인지 아가뽀뽀 학생들과 보호소 선생님들은 장애를 가진 영훈이에게 특별히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이렇게 정이 들면 다른 곳으로 입양을 가게 되는 것이 서운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아가뽀뽀 정혜지(유교·1)씨는 “아이들이 입양가면 지금보다 나은 환경에서 사랑받으며 살 수 있으니까 좋게 생각하려고 해요”라며 미소지었다.

하지만 곁에있던 신병주씨는 “입양가는 것은 좋은데 지금까지 이곳에서 입양간 많은 아이들 중 국내로 입양된 아이는 한 명밖에 보지 못했어요”라며 해외입양에 비해 국내입양이 적은 현실을 아쉬워 했다.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가부장적인 가족주의와 혈연주의가 국내입양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또 설사 본인이 입양할 의지가 있어도 입양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비밀입양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비밀입양은 입양의 좋은 점이나 성공경험을 사회에 확산하는데 장애가 되므로 공개입양을 통해 아이가 건강한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도록 이끌어줘야 한다.

나아가 동방사회복지회 강영숙 과장은 “입양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버려지는 아동을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외국과는 달리 피임교육 등의 성교육이 형식적으로 이뤄져 미혼부모에 의해 버려지는 아동이 증가하고 있다며, 올바른 성교육을 통해 버려지는 아동을 줄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미 존재하는 입양대상 아동에 대해서는 체계적인 복지정책을 마련하고 국내입양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입양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목적으로 지난 11일(화) 홀트아동복지회는 입양부모와 입양아동·위탁모 등 3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입양의 날’ 제정을 위한 걷기대회를 열기도 했다.

오후6시 아가뽀뽀 학생들은 아이들을 재우고 방 청소를 하며 돌아갈 준비를 했다.

하지만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듯 아이들의 뺨에 입을 맞췄다.

세상의 빛을 보자마자 부모에 의해 버려진 아이들. 여느 아이들처럼 밝은 미소, 맑은 눈동자를 지닌 그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권리를 위해, 이제는 우리 사회가 이들을 따뜻하게 보듬어야 하지는 않을까. 유리혜미 기자 wind­bell7@ew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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