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TV 프로그램을 봤다.

한 여자 연예인이 입양을 며칠 앞둔 아이를 위탁해서 키우는 내용이었다.

그날은 마침 아이가 해외로 입양가는 장면을 담고 있었고, 떠나는 아이의 행복을 빌어주며 연예인과 주변 사람들은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직접 취재를 하면서 접한 입양의 현실은 가슴 아파하는 것 이상으로 냉혹했다.

버려지는 아이들의 입양 문제는 감상적으로 받아들이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 바로 우리의 슬픈 현실이었다.

방송에서처럼 입양을 가면 다행이지만 입양이 되지 않은 채 보호소에 맡겨져 있는 아이들이 지난 한해 약 5천 여명에 달했다.

더욱이 장애아동의 경우 99%가 해외로 입양되고 있다고 하니 OECD 가입국에 무역 선진국이라고 떠들어 대지만 정작 사람들의 의식수준은 ‘후진국’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미국·스웨덴 같은 복지 선진국은 미혼모가 아기를 출산했을 때 지역과 정부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미혼모가 미성년자인 경우 학교에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학내 아동보호시설을 마련해 주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국내입양에 한해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이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고 기본적인 성교육이 이뤄지지 않아 버려지는 아동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입양문제는 더이상 방송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감상적으로 접근해 눈물로써 호소할 문제만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우리 아이들이 해외로 입양되고 있으며 갈 곳을 찾지 못해 아파하고 있다.

버려진 아이들이 따뜻한 가족의 사랑 안에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사회 분위기 조성과 제도 마련이 필요한 때다.

유리혜미 기자 wind­bell7@ew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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