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게 닫힌 철문, 높은 담벼락. 선뜻 다가갈 수 없는 교도소 건물을 서슴없이 드나드는 가정문화원 김영숙 원장. ‘안양교도소의 어머니’라 불리는 그가 전과 3범 이상의 남자 재소자들에게 한글과 영어를 가르치며 인연을 맺은지도 어느덧 2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김영숙 원장도 처음 교도소를 방문할 당시에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그곳이 너무나 두렵고 무서웠다고 한다.

아는 사람으로부터 교도소에 성경말씀을 전하러 가지 않겠냐는 제안을 들었을 때도 “그들에게도 성경 말씀을 전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어 1년 동안 망설였다.

하지만 용기를 내 교도소 재소자들을 처음 만났을 때 ‘여기가 정말 교도소가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소자들의 너무나 밝고 깨끗한 표정은 그의 두려움을 금새 없애버렸다.

이렇게 시작한 인연은 매주 토요일 아침 그를 안양교도소로 이끌었고 그는 그곳을 배움의 터로 일궈나가고 있다.

토요일 아침마다 서울에서 안양까지 교도소를 방문하는 것이 힘들 법도 한데 김영숙 원장은 “그들은 제가 주는 사랑보다 훨씬 많은 사랑을 나에게 주고 있어요”라며 전혀 힘든 기색을 보이지 않고 활짝 웃는다.

사람의 정을 따뜻하게 받아보지 못한 재소자들이 김영숙 원장을 대하는 태도 또한 남다르다.

매년 어버이날이 되면 재소자들은 직접 그리거나 만든 카네이션을 그에게 건넨다.

재소자들이 보낸 많은 편지 중에서도 나이 마흔에 한글을 처음 익힌 전과 6범의 한 재소자가 ‘글자를 아니깐 세상이 환해 보인다’고 쓴 편지는 그의 마음을 더 밝게 비쳐줬다고 한다.

또 다른 재소자는 김영숙 원장의 크리스마스 카드를 받고 “태어나서 카드를 처음 받아봤다”며 그의 세심한 관심에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이러한 재소자들의 사랑은 김영숙 원장을 20여년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교도소를 찾게 하는 힘이 되고 있다.

그는 “재소자들도 우리와 똑같은 공간에 존재하고 있는 사람들이에요”라며 그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눈이 더 이상 차갑지 않기를 소망했다.

공부를 가르칠 때마다 놀라운 실력향상을 보이는 것을 바라보며 그들의 능력과 가능성이 사회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점이 너무나 안타깝다고. 공부를 통해 자신들도 몰랐던 능력을 조금씩 개발하는 재소자들이 교도소까지 오게 된 가장 큰 이유를, 그는 가정의 따뜻한 사랑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교도소 방문을 계기로 ‘한국 가정 문화원’을 설립해 행복한 가정 문화 만들기에도 주력하고 있다.

그 노력의 결실일까. 그와 만남을 계속 이어간 재소자들은 신학을 공부해 목사가 되거나 외국에 나가 사업가로 성공한 사람도 있을 정도로 사회에 적응해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아무도 관심갖지 않는 그 곳 ‘교도소’에 따뜻한 관심과 배려를 보내는 그도 한 때는 그들의 처지가 모두 ‘그들 탓’이라고만 생각했단다.

하지만 이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우리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김영숙 원장은 이번 주 토요일도 사랑을 가득 품에 안고 안양교도소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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