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교 일용직 영양사로 근무하는 김지혜(가명)씨는 학교측으로부터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늘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학교 측이 임금 지출을 줄이기 위해 2개월 단위로 계약을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휴일은 출근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규직과는 달리 수당을 받지 못하고 주차·월차·생리휴가도 보장받지 못한다.

비정규직 근로자 문제가 올 한해 노사문제 최대의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전국여성노동조합 홈페이지에는 이와 유사한 상담 사례가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노동계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올 해를 비정규직 철폐의 원년으로 삼고 총력을 기울일 태세다.

현재 추산하고 있는 비정규직의 규모는 전체근로자 1430만명 중 약 800만명으로 전체의 60%에 이른다.

이들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정규직과 비교해 임금·노동조건·작업환경 등 전반적인 부분에서 차별을 받고 있으며 여성의 경우 전체 근로자의 70%가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남성에 비해 비정규직으로 인한 차별이 심각한 상황이다.

이처럼 여성 비정규직 근로자가 남성보다 많은 이유는 IMF 당시 퇴출됐던 기혼여성노동자와 장기근속여성들이 99년 경기 회복기에 비정규직 형태로 노동 시장에 대거 복귀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재계는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라는 미명 아래 상용직 보다는 임시직을 증가시켜 여성 근로자의 비정규직화를 촉진했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동일한 가치의 노동을 하고도 정규직 근로자가 받는 월급의 50∼70% 정도 밖에 받지 못하는 불평등한 대우를 받고 있다.

또 같은 비정규직 근로자라고 하더라도 여성은 남성보다 적은 임금을 받는다.

실제로 같은 시설관리 비정규직의 경우 남성은 70만원을 받지만 이에 반해 여성은 50만원 정도를 받고 있는 형편이다.

임금문제 외에도 비정규직 여성 근로자들은 정규직 여성 근로자들이 보장받고 있는 생리휴가·육아휴직 역시 보장받지 못한다.

근로기준법상 비정규직이라 하더라도 월 평균 15일 이상 계속 근무했다면 주차·월차·생리휴가를 보장받을 수 있지만 실제 이를 지키는 사업장은 드문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여성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정규직 여성에 비해 성희롱이나 성폭력의 위험에 쉽게 노출돼 있다.

전국여성노동조합 홈페이지에는 비정규직의 경우에도 성희롱이나 성폭력에 대해 법적인 구제를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문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인권운동사랑방 허혜영 상임활동가는 “여성 비정규직 근로자는 작업환경·노동조건에서 차별을 받고 여성으로서의 인격적인 모멸감까지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인간은 누구나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으므로 여성이기 때문에 보장받아야 할 생리휴가 등의 권리는 지켜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비정규직 문제는 정부의 수수방관적 태도와 재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쳐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23만4천여명 가운데 정부기관 주요 직종 종사자 10만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의 대안은 공공부문 차원에 머물러 있어 민간 기업에서 근무하는 다수의 근로자들에 대한 해법은 전무한 상태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재계는 임금 인상 등을 이유로 비정규직 근로자의 처우 개선에 반대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정규직을 비정규직화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허혜영 상임활동가는 “정규직의 비정규직화는 사용자의 이익을 극대화 하기 위해 노동자를 착취하는 전근대적인 행위”라고 비판했다.

근본적인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노동계와 전문가들은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김금숙 여성국장은 “각 사업장 별로 제반여건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해야 한다”며 유럽처럼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간의 격차를 좁혀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가 일한 노동의 댓가를 받는 날 나는 애써 월급명세서를 외면합니다.

같은 사무실에서 같은 일을 해도 비정규직이라고 받는 차별에 시린 가슴으로 ‘재료비 노동자의 인생’을 곱씹어야 합니다.

’ 한 비정규직 노동조합 홈페이지에 쓰여진 이들의 절망섞인 외침은 오늘도 무심히 허공을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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