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제일 투표 안하는 신촌 지역 대학생 여러분∼” 따뜻한 봄볕 아래 열린 개강맞이 동아리 공연으로 젊음의 열기를 만끽하고 있는 학생들의 뒷머리에 일격을 가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 목소리의 주인공들은 ‘집 떠난 당신 투표하라’, ‘투표보다 더 좋은 친구 없네’라는 피켓을 목에 걸고 캠퍼스 안 학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 24일(수) ‘2004총선 전국대학생연대’는 홍익대·연세대·우리 학교를 차례로 돌며 ‘탄핵심판 및 대학 부재자투표 축제’를 열었다.

4·15 총선이 얼마 남지않은 가운데 각 대학에서 진행하고 있는 학내 부재자 투표소 설치 운동에 활기를 불어넣고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다.

이날 행사는 특히 탤런트 권해효씨가 참여해 부재자 투표 신청 열기를 북돋웠다.

그는 “탄핵 사태를 지켜보면서 16대 국회가 지긋지긋 하다고 느끼지 않았냐”며 “이제 청년 학우들의 참여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외쳤다.

낯익은 연예인의 등장에 학생들은 놀라워 하며 피켓팅 주변으로 몰려들었고 부재자 투표 신청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경상북도 영주가 고향인 연세대 권경진(중문·3)씨는 “부재자 신청을 할 생각이 있어도 무의식 중에 지나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행사를 통해 관심을 재고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연세대에 이어서 열린 우리 학교 행사에도 많은 학생들이 참여해 부재자 투표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김지연(심리·2)씨는 “이번 총선에서 젊은 생각이 많이 반영된다면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 변화할 것 같다”며 총선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행사를 진행한 ‘총선 전국대학생연대’는 현재 경북대·고려대·연세대·한양대 등에서 부재자 투표소 설치가 확정됐고 전국적으로 15∼16개 이상의 부재자 투표소가 설치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총선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높은 이유는 탄핵 사태 발생 후 16대 국회를 대학생이 스스로 심판하겠다는 의지가 강해졌다는데 그 원인이 있다.

또 대학생 단체들의 정치참여와 정치개혁을 위한 노력도 한 몫 했다.

이러한 대학생 단체들은 서로 연대해 ‘총선 전국대학생연대’를 발족했으며 현재 부재자 투표소 설치 운동과 선거 연령을 19세로 낮추기 위한 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또 낙천·낙선 운동에도 적극 참여해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정치개혁대학생연대’ 고영 대표는 “정치개혁이라는 말이 정치권에서 너무 흔하게 쓰여 이제는 그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며 20대가 생각하는 정치개혁이란 정치인이 자신의 전문 분야를 살려 끊임없이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정책 정치로 나아가 다양한 이념적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학생들의 정치참여를 주장하며 “자신의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이 당원으로 활동하는 것에 비해 소극적으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의미있는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 정치는 기성 세대의 전유물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했다.

특히 20대의 정치 참여율은 다른 세대에 비해 극히 저조하다.

때문에 등록금 투쟁과 청년 실업 문제는 고질적인 사회 문제로 대두하고 있으나 대안을 마련하고자 하는 정부의 움직임은 미진한 상태다.

‘총선 전국대학생연대’는 결국 20대 스스로가 정치에 참여해 20대를 위한 정책을 개진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각 대학생 단체들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젊은 유권자 10만인 서약운동’을 계속 진행하고 정치개혁 열망을 담은 캠퍼스 플래쉬 몹이나 문화축제를 열어 학생들의 정치참여 욕구에 힘을 불어넣을 계획이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사무총장은 한 TV 토론회에서 “50년동안 한판에서 계속 삼겹살을 구워먹어서 판이 이제 새까맣게 됐다.

이제 삼결살 판을 갈아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부정부패로 얼룩진 정치 상황 속에서 대학생들의 활발한 정치 참여 움직임은 새로운 가능성으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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