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巨人)이라는 말이 있다.

보통 사람보다 유난히 큰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그러나 여기 한 사람의 ‘키 작은 거인’이 있다.

‘사랑의 편지’쓰기의 주인공 오아볼로(52세)씨를 만난 사람들은 키는 작지만 마음이 큰 그를 거인이라고 부른다.

그는 태어난지 3일만에 온몸의 뼈가 부러지는 희귀병에 시달려 키가 1m를 넘지 못한 채 살아야 했다.

이러한 신체적인 약점 때문에 어린 시절 다른 사람 앞에서는 고개 조차 들지 못했다.

10살 무렵 길을 가던 중 “저렇게 살 바에야 차라리 죽는게 낫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자신의 모습이 한없이 부끄러워 죽고 싶었던 적도 있다고 회상한다.

이렇듯 절망뿐인 그의 삶이었지만 어느날 새로운 빛이 비쳤다.

그가 30살 되던 해 기독교 방송을 통해 만난 하반신 마비 장애인 바올로씨가 그에게 편지쓰는 사람이 되기를 권유한 것이다.

초등학교도 나오지 못한 그는 어린 시절 어깨너머로 글을 배우고 틈틈이 책을 읽은 것이 전부여서 처음에는 편지쓰기를 주저했다.

그러나 “당신처럼 강한 인내력을 가진 사람은 흔하지 않다”는 바올로씨의 격려에 편지를 써보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한편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날 각오로 규근이라는 이름을 성경 고린도전서에 나오는 ‘아볼로’로 바꿨다.

그날 이후 그는 20년 동안 꾸준히 ‘사랑의 편지’를 쓰고 있다.

처음에는 주변 사람들에게만 편지를 보냈지만 편지를 받은 사람들이 또 다른 사람을 소개해주면서 청소년부터 범죄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에게 지금까지 50여만통의 편지를 보냈다.

이 중에는 그의 진심어린 마음에 감동받아 새 삶을 시작한 사람들도 많다.

부모의 사업 실패로 실의에 빠져있던 한 여성 장애인은 편지를 통해 살아갈 힘을 얻고 현재 결혼해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또 자궁암 수술 후 우울증에 빠져있던 주부는 그의 편지를 받은 이후 다시 즐거운 중년의 인생을 살고 있다.

이처럼 그의 편지를 통해 힘을 얻은 사람들의 소식을 들으면 그는 “예전에는 나 자신을 밥만 축내는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에 힘을 얻는다”고 빙그레 웃었다.

그는 하루에 100통 씩 보내던 편지를 지난 해부터 50통으로 줄였다.

경기 침체로 인해 후원이 많이 줄어들어 우표 값을 마련하기 조차 힘들기 때문이다.

더욱이 7년 전 교회 신도들에게 강연을 하고 나오던 중 계단에서 떨어져 두 다리를 잃고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다.

‘사랑의 편지’를 보내는 그의 사연이 방송을 통해 알려지면서 후원이 늘어났을 것 같지만 실제로 그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컴퓨터 자판으로 내용을 쓰지만 이메일이 아닌 우표를 붙인 편지를 고집한다.

낯선 사람에게 편지를 받으면 궁금증과 설레임으로 편지를 뜯어볼 사람들의 소소한 행복을 위해서다.

“아무리 어려워도 마음만 먹으면 세상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그. 고통과 어려움을 겪은 사람만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오늘도 세상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편지를 쓴다.

바늘같은 빛줄기지만 그 빛을 따라 걸어가는 그를 우리는 ‘거인’이라고 부른다.

오아볼로씨 후원계좌: 국민은행 035-21-052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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