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금) 국회가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시키자 인터넷상에는 “국정 혼란을 타 고이즈미 총리가 당장 군사를 징발해 한국 공격을 성공했으면 좋겠다”, “이제 부시를 우리 대통령으로 세우자”는 등의 글이 올라왔다.

이런 글이 올라온 곳은 바로 최근 몇 달 동안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친일·친미카페다.

그들은 우리나라가 이제 망할 때가 됐다며 차라리 미국과 일본의 속국이 되자는 논리로 미국·일본을 예찬하고 있다.

회원수가 6천명이 넘어간 ‘차라리 미국시민이 되자(http://cafe.daum.net/usacitizen)’카페는 한국을 미국 52번째 주로 만들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 카페는 한국이 ‘미군이 점령한 식민지 원주민의 상태’에서 탈피해 미국 시민의 일원으로 인정받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들은 “우리나라가 미국의 속주가 되면 미군과 한국군이 합쳐져 북한과의 전쟁 위협에도 벗어날 수 있으며 영어가 공용화가 돼 영어에 투자하는 사교육비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편 일제시대는 ‘축복’이었다고 말하고 있는 ‘선구자 친일파 모임 (http://cafe.daum.net /shinichha)’은 “일본이 막대한 인력과 자금을 투입해 조선을 현대국가로 발전시켰다”며 일제식민지 시대를 ‘일본과 한국의 합병시대’라 표하면서 일본과 한국의 재합병에 대한 토론게시판을 마련했다.

이런 친미·친일카페 소식을 접한 우리 학교 김주은(의류직물·3)씨는 “우리나라의 어려운 상황을 함께 극복해나가기도 벅찬 시기에 권력있는 나라로 도피하려는 생각은 잘못”이라는 우려의 시각을 표했다.

물론 이러한 친일·친미카페에 단순히 미국과 일본의 속국이 되자는 감정적인 논리만 있는 건 아니다.

충분한 자료와 근거로서 우리나라를 비판하는 자세에 대해서는 오히려 다양한 해석이 이뤄지고 있다.

경성대 권용립 교수(정치외교학 전공)는 “기성세대들에 대한 젊은이들의 실망감과 한국사회의 앞날에 대한 극단적인 좌절감이 친일·친미카페라는 자학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과거 정치적으로 과오를 저지른 사람에 대해 국민적 심판을 제대로 하지 않은 점을 이 현상의 주요배경으로 뽑았다.

또한 그들이 친일·친미라는 이름으로 세력을 뻗어나간 것에 대해 ‘한국민족연구소’ 방학진 사무국장은 “젊은세대의 친일·친미는 외세로 도피하는 것이 기본 목적이 아니다.

이는 역사적으로 미국과 일본에 대해 굴욕적인 자세를 가져온 기성세대들에 대한 반항심리로도 설명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친일·친미카페에는 근거없이 도발적이고 감정적인 글들이 많이 올라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친일·친미카페를 둘러본 우리 학교 최유진(철학·3)씨는 “이 카페에는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대화하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서로 비방하고 욕만 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에 친일 친미카페 ‘더러운 코리안(http://cafe.daum.net/dirtykorean)’ 운영자는 “이 카페가 무작정으로 우리나라를 헐뜯으며 미국과 일본을 찬양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이 카페는 한국인의 자기반성과 채찍질을 위한 곳”이라고 카페의 성격을 정의했다.

우리 사회는 역사적으로 친일·친미와 반일·반미 세력을 양분해 이분법적 사고으로 사고하는 경향이 있다.

친일·친미 카페 역시 반민족세력으로 규탄할 대상으로만 치부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우리 학교 어수영 교수(정치외교학 전공)는 “그 사람들을 단순히 배척해야 할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옳지 않다”며 “그런 주장을 펼칠 수 밖에 없게 된 배경을 이해하고 한국 사회에 대한 그들의 실망감과 좌절감을 풀기 위해 다함께 노력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는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다음 세대로서 중요한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

하지만 능력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고 기성세대들의 과오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는 우리 사회는 젊은이들의 마지막 희망마저 꺽어 버리고 있다.

이러한 우리사회에 대한 극심한 낙담이 다른 나라에 대한 왜곡된 동경까지 갖게 한 것 같아 그들의 목소리가 오히려 더 처절하고 비참하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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