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1인시위를 하냐고요? 시위를 하면서 나를 생각해보고 참여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죠.” 지난 2월24일(화) 정오 국회의사당 앞.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한 평범한 회사원이‘국가보안법을 폐지하라’는 피켓을 목에 걸고 서있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시민모임’에서 전개하고 있는 릴레이 1인시위에 256번째로 참가한 권종술(33세)씨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1인시위는 홀로 사회와 대면한 채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어 좋다”며 빙긋이 웃었다.

평범한 회사원인 그가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게 된 계기를 묻자 그는 자신이 바로 국가보안법에 의한 피해자라고 말했다.

“93년 군복무 시절 반미 내용이 적혀있다는 이유로 「한국사 강의」라는 책을 압수당한 적이 있어요. 그 책은 일반 서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책인데도 말이죠.” 또 최근 영화 ‘실미도’에 공산주의자 혁명 찬양가인 ‘적기가’를 4차례 삽입했다는 이유로 강우석 감독이 고발당한 사건을 이야기하며 “국가보안법에 의한 피해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발생한다”고 말했다.

국가보안법이 처벌 근거로 삼는 ‘이적성(적을 이롭게한다)’의 기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개인의 사상이나 이념까지도 지배하는 법은 폐지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보안법 페지를 위한 그의 1인시위에 사람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국회 앞을 지나가는 시민들은 점심식사를 위해 발걸음을 재촉할 뿐이고 검은색 썬텐을 한 국회의원들의 고급 승용차는 유유히 그의 앞을 지나갈 뿐이다.

이쯤되면 다리에 힘이 풀릴법도 한데 그는 “비록 1인시위가 단기간에 어떤 결과를 불러오지는 못해도 우리 사회에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공론화 시키는데에 그 의미가 있다”며 국가보안법 폐지를 향한 굳은 의지를 내비쳤다.

오후 1시. 시위를 마친 그는 “대학 졸업 후 사회의 모순을 접하다 보니 대학시절 꿈꿨던 정의·자유 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게 됐다”며 “국가보안법 폐지 1인시위에 참여하는 대학생들이 많지 않은데 대학시절 부터 이러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좋겠다”는 말을 남기고 일상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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