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23일(월) 오전11시 청계천에서 30년간 장사를 하다 동대문운동장 풍물시장으로 옮겨 잡화 장사를 하고 있는 도자주(80세) 할머니는 지난 한달간 매상 기록표를 보여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것 봐, 하루에 3천원을 번 날도 있고 많이 벌어봤자 만원이야” 지난해 7월 청계천 복원사업으로 강제 철거 당한 900여개의 노점상들은 서울시의 제안으로 1월 동대문운동장에 새 둥지를 틀었다.

일부 언론을 통해 동대문운동장 풍물시장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매상도 좋은 편이라 알려졌지만 실제 상인들은 장사가 안된다며 근심을 토로했다.

동대문운동장 주변은 유동인구가 많지만 시장 내 이동통로는 좁고 상·하수도 시설도 마련돼 있지 않아 물건을 사러 오는 손님은 드물다는 것이 상인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다.

또 비가 오는 날은 물건이 젖지 않도록 천막을 쳐야 하는데 아직 천막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장사를 쉴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전국노점상 광성지역연합회 지부장 권용회씨는 “서울시는 노점상들을 동대문운동장으로 이동시키며 전기·화장실 등을 포함한 14개 항목에 대해 보완해 줄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러한 약속을 지키고 있지 않다”며 서울시의 무성의한 대응을 비판했다.

더욱이 2005년 동대문운동장 공원화 사업이 이뤄질 경우 풍물시장 노점상들은 2년만에 다시 다른 곳으로 쫓겨나야 할 처지다.

하지만 공원화 사업 이후 노점상인들의 거처에 대해 서울시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노점상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대안은 필요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 서울시지구 심재옥 의원은 “강제 철거는 노점상의 생존권과 연결된 문제”라며 인간의 기본 권리인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노점상들의 요구는 마땅히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노점상들의 영업을 불법이라고 밀어 붙일 것이 아니라 노점도 시장 문화의 하나로 인정하고 사회적인 합의를 통해 합법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국제노점상연합은 16일(화)∼18일(목) 한국 여성개발원에서 ‘2004 국제 노점상 서울대회’를 개최한다.

전국노점상연합 신희철 조직차장은 “이번 대회는 한국 노점상 문제를 재조명하고, 노점상 정책과 관련해 다양한 프로그램도 기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노점상 내부의 자체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불투명한 미래에 상인들은 불안해 하고 있다.

노점상을 불법으로 치부해 버리는 서울시의 냉담함과 시민들의 무관심 속에 풍물시장 상인들의 근심은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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