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없는 고구려 유적도 복원할 판국에 우리는 있는 유적마저도 없애려 하고 있다” 역사학자 김민수씨는 아차산 일대에 방치돼 있는 옛 고구려 4번째 보루성(큰 성을 방어하기 위해 주변에 쌓은 작은 성)터를 가리키며 착잡한 심정을 토로했다.

기자가 김민수씨와 함께 찾은 곳은 서울 광진구와 경기도 구리시에 걸쳐 있는 아차산 일대. 남한에서는 최대 규모의 고구려 유적지로 1990년 구리시 문화원과 서울대 발굴조사단이 고구려 보루성 15개와 1500여점의 고구려 유물을 발굴한 곳이다.

이 중 고구려 보루성은 고구려 장수왕의 남진정책을 증명하는 유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니지만 지방자치단체와 국민들의 무관심속에 내버려져 있었다.

발굴당시 유적지의 실마리가 될 수 있는 곳을 보호하기 위해 씌웠던 비닐은 다 뜯겨져 버렸고 발굴지 주변에는 등산객들을 위한 벤치가 자리잡고 있었다.

심지어 유적지로 발굴되기 전에 들어섰던 군대의 헬기 정거장은 그대로 남아 있었을 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안내표지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문제가 대두되자 뒤늦게 고구려 연구 재단들이 생겨나고 있는 가운데 기본적인 유적관리조차 하고 있지 않은 현실은 과연 우리가 중국과 맞설 준비가 돼있는지조차 의심스럽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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