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6일(수) 오후6시 신촌 현대백화점 앞에 때 아닌 유랑단이 떴다.

이들은 바로 불평등한 한·미 관계 개선을 위해 문정현 신부를 주축으로 꾸려진 ‘파병반대 평화바람 유랑단’. 유랑단이 꾸려진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문정현 신부와 함께 새만금 삼보일배를 했던 사람들과 저글러 등 8명의 사람들이 유랑단에 참여해 함께 이라크 파병의 부당함을 외치며 유랑길을 떠나게 된 것이라고. 이들의 1차적 목표는 이라크 파병 반대다.

파병이 불평등한 한·미 외교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고 무엇보다 무고한 이라크 국민들이 피를 흘려야 하기 때문이다.

문정현 신부는 “작년 말 불타올랐던 효순이·미선이 촛불시위는 잠잠해졌지만 미군범죄·소파개정 문제는 개선된 것이 하나도 없다”며 “보다 많은 사람들과 파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아래에서부터 의식전환을 꾀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래서인지 이들은 직접 사람들이 모이는 곳을 찾아 나서고 있다.

기존 반미·평화 운동이 사람들의 동참을 기다리기만 했던 것과는 사뭇 대조되는 모습이다.

이들이 신촌을 첫 유랑장소로 선택한 것도 대학이 밀집한 이 곳에서 대학생들을 상대로 파병의 모순을 나눠 보고자 함이다.

유랑단원 고철호씨는 “이라크 파병이 결정된 급박한 상황인 만큼 파병 반대 목소리를 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섰다”며 “오늘이 유랑의 첫 출발이라 우리들의 목소리가 시민들에게 얼마나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질지 미지수지만 앞으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더 효과적인 방법을 모색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유랑단은 리어카에 오디오를 싣고 흘러 나오는 흥겨운 리듬에 맞춰 신촌 거리 곳곳을 누볐다.

거리 행진을 마친 유랑단이 도착한 곳은 신촌 젊음의 광장. 이들이 타고 다니는 트럭에는 이라크 아이들 얼굴 그림과 전쟁 반대 영상물이 상영되는 스크린이 설치돼 있었다.

지나가던 한 시민이 유랑단에게 “파병은 누가 하고 싶어서 하나”라는 빈정어린 말을 남기기도 했지만 퍼레이드에 함께 참여하며 흥을 돋구는 시민들도 발견할 수 있었다.

유랑단을 지켜보던 연세대 윤준필(법학·2)씨는 “이라크 파병 반대를 마음 속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행동으로 보여주는 이들이 있어 좋다”고 소감을 말했다.

공연은 시간이 갈수록 보다 화려해졌다.

곤봉·불 저글링 등 지나가는 시민들의 눈길과 발길을 사로잡으며 그 열기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다.

저글러 hey1씨는 “개인적으로 전쟁을 좋아하지 않는다.

유랑단이 전쟁을 반대한다길래 ‘우발적’으로 참여하게 됐다”며 “평화는 전쟁이 없는 세상만으로 이루어지는게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를 기쁘게 해줌으로써 완성되는 것이다.

저글링을 통해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앞으로 3주 동안 매주 수∼토요일 저녁시간에 신촌·대학로에서 유랑을 하고 전국을 순회할 예정인 유랑단은 보다 많은 대학생들이 함께 하기를 바랬다.

“돈보다∼ 인간을 위한 세상을 간절히∼ 간절히∼ 평화를 원하지∼” 이들의 마음을 담은 노래 소리는 이날 밤 늦도록 신촌의 밤거리에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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