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작은책 송병섭 발행인

땀흘리는 사람들의 투박하지만 솔직한, 그래서 더욱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야기를 엮는 사람이 있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몸을 놀려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월간지 ‘작은책’ 송병섭 대표. “지식인 계층이 독점하는 ‘글’을 누구나 읽기 쉬운 입말로 풀어내 일하는 사람들에게 돌려주고 싶어요.” 글은 글자놀음이 아니라 땀흘려 일하는 삶 속에서 묻어 나와야 생명력을 얻는다고 생각하는 그이다.

그래서인지 작은책의 주인공은 버스 기사·상가 점원·식당 아주머니 등 우리네 삶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다.

“노동자·농민들에게도 감정이 있고 문화가 있잖아요. 이들이 작은책을 통해 사는 이야기를 풀어내고 희망을 얻어 삶을 변화시킬 힘을 갖길 바래요.” 송병섭 대표가 출판사 작은책의 대표를 맡게 된 것은 작년 7월부터다.

1988년 대학에서 사학을 전공한 그는 한국현대사에 대해 더 공부하고 싶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결국 서울의 한 출판사에 취직할 수밖에 없었다.

그곳에서 인문·사회과학 서적 편집을 반복하다 보니 정말로 자신이 꿈꾸던 책을 만들고 싶어졌다고. 그런 그의 꿈이 3년 전에 알게 된 이곳 작은책에서 실현됐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작은책은 심각한 재정난으로 인해 발행 8년째 되던 지난해 6월 발행이 중단되고 말았다.

“새롭게 단장할 필요를 느꼈어요. 변산공동체 윤구병 선생님을 주축으로 8월 혁신호를 준비하면서 제가 대표를 맡게 됐죠.” 새롭게 단장한 작은책은 노동자·농민들의 글 외에도 지식인 계층, 소위 ‘먹물’의 글과 함께 지하철·서점 등으로 판로를 넓혀 나가고 있다.

상업화된 것이 아니냐는 일부 비판이 있긴 하지만 지금 당장 작은책의 가장 큰 목표는 독자 수를 늘리는 것이다.

땀흘려 일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작은책도 그들과 함께 가야하기 때문이다.

“힘들게 번 돈 2천원을 책값으로 지불하는 독자들을 위해선 가격을 고정시켜야 해요. 독자 수를 늘려 탄탄한 운영체계를 만듦으로써 작은책을 읽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 내야죠.” 독자를 위한, 독자에 의해 만들어지는 작은책을 만들고 싶다는 그. 작은책의 제작·배포·반품·수금 등의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고, 노동자·농민 대회에 으레 참석해 그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작은책 홍보활동도 펼친다.

“4명이 작은책을 꾸리다 보니 워낙 하는 일이 많아서 노동착취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그러다가도 생업을 포기한채 농민·노동자 대회에 나오는 분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달아나죠”라고 고백한다.

그는 이렇게 값진 땀으로 만들어지는 작은책을 대학생도 많이 읽으면 좋겠다고 권유한다.

작은책을 통해서 취업에 대한 고민과 함께 사회 현실에 대해서도 고민하면 좋겠다고. “‘샘터’·‘좋은생각’ 같은 잡지를 보면 우리사회가 참 따뜻한 사회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요. 허나 2003년의 대한민국은 여전히 노동자 분신이 일어나는 나라에요. 작은책은 감동도 있지만 독자로 하여금 현실을 직시할 수 있게 합니다.

” 대학시절, 사회에 대한 고민으로 개인적인 꿈은 생각할 여지가 없었다.

지금 그는 우연히 작은책까지 “굴러들어왔지만” 돌이켜 보면 자신의 길을 잘 찾아 왔다고 생각한다.

여행을 좋아해 배낭하나 메고 훌쩍 떠나고 싶다가도 더 많은 사람들이 작은책을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충실히 자신의 자리를 지킨다.

“힘들게 일하는 사람들이 큰소리 떵떵 치며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어요”라는 그의 바람이 있기에 오늘도 그는 힘차게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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