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모던 타임즈’에서 찰리 채플린은 쉴새없이 나사를 조인다.

기계적인 행동을 반복하는 채플린은 그가 행하는 노동이나 관계맺는 사람들로부터 어떠한 자존감도 느낄 수 없다.

일의 노예가 돼버린 현대인의 자화상 채플린, 이 영화는 채플린을 통해 점차 인간성을 상실하고 있는 산업자본주의 문명을 비판하고 있다.

영화에서 지적된 것처럼 인간소외·물질만능주의 등 자본주의 질서가 낳은 문제에 대응해 새로운 대안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들은 자원의 희소성 때문에 그 한계를 드러내는 대량생산·소비체제를 비판하고 자연과 인간이 더불어 사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

한살림 공동체 윤형근 생활문화부장은 “현 사회는 필요 이상의 소비를 조장하는 시스템으로 사람들은 물질적 풍요를 누리면서도 그다지 행복해하지 않는다”며 “이에 대한 대안으로 우리는 환경의 중요성을 기본적으로 인식하며 사람 사이의 경쟁이 아닌 협력 중심의 삶을 통해 인간다움을 회복하려 한다”고 말했다.

‘대안운동’이라 불리우는 이 흐름은 우리 사회의 정치·경제·교육 등 다양한 범위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대안운동 영역 중 왕성한 움직임을 보이는 부문은 교육으로 간디학교로부터 본격화돼 특성화학교·대안학교·자유학교·홈스쿨링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특히 ‘푸른꿈 고등학교’ 등 중·고등부의 대안으로 생겨난 대안학교가 주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지난 3월 생태주의를 표방하는 국내최초의 대안대학인 ‘녹색대학’이 설립돼 주목을 받고 있다.

녹색대학 신입생 김단씨는 “기존의 획일화된 제도권 교육이 삶과 분리돼 행해졌다면 녹색대학은 삶과 학문이 일치되는 공간”이라며 녹색대학과 기존 제도권 교육의 차이에 대해 설명했다.

이같은 대안운동은 경제·의료 부문에서도 활발히 나타난다.

국가의 공식화폐가 아닌 공동체 안에서 자체적으로 제작한 화폐를 통용함으로써 노동의 가치와 공동체성을 회복하려는 지역화폐운동이 대전 한밭레츠 등을 통해 행해지고 있다.

또 전문가 시스템에 얽매여 약자일 수밖에 없는 환자들을 자신의 병에 주체로 설 수 있도록 하는 의료생활협동조합은 의료부문의 대안운동이다.

이 외에도 생태공동체운동을 비롯해 청소·식사 등 주거생활의 일부분을 공유하는 공동주거운동이나 자동차를 공유해 에너지와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는 자동차공유운동 등이 있는데, 이는 특히 유럽 등지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렇게 우리사회의 광범위한 영역에서 펼쳐지고 있는 대안운동은 개인들의 삶의 현장에서 자발적인 실천으로 시작된다는 점에서 기존 사회운동과 차별점을 갖는다.

고려대 강수돌 교수(국제정보경영학부)는 “과거 사회운동이 자기희생적이고 위로부터의 변화를 모색했다면 대안운동은 지금 당장 행복한 삶을 살면서 오늘부터라도 행할 수 있는 아래로부터의 실천”이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안운동은 본격적인 움직임이 나타난지 불과 10여년 밖에 안돼 실험적인 단계에 있다.

때문에 공동체가 유지되기 위한 최소한의 경제적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고 경제적 어려움에 봉착하거나 본래의 좋은 이념을 잃어 버리는 등의 시행착오가 우려되고 있다.

우리보다 앞서 대안운동이 일어난 외국의 경우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일부 대안 공동체들이 상품화되거나 외부의존도가 높아지는 등의 문제점이 이미 드러나기도 했다.

또한 이 대안운동이 특정조건과 인식이 있는 소수 사람들만의 실험으로써 현실과 괴리된 운동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생태공동체운동 이근행 사무국장은 “기존 사회질서를 한순간에 바꾸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소수의 사람들만이라도 지금 당장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제도·정책 차원 위주의 기존 사회운동과의 상호 보완적 연대를 통해 대안운동이 안고 있는 한계점을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대안운동은 그 특성상 단기간에 성과를 올릴 수 없는 데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초보적인 단계에 있기 때문에 그 성공여부를 말하기에는 아직 성급한 감이 있다.

그러나 현 사회구조 아래에서 인간이 행복할 수 없다고 느낀 이들의 노력에서 출발하는 대안운동은 ‘지금 우리사회가 잘못돼 있다’는 경종을 울리고 있음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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