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내 인생의 전환점은 장기수 선생님들과의 만남이었다.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 청춘을 감옥 속에서 보내야만 하는 그들의 모습과 함께 나눈 대화 속에서 그동안 나 자신만을 생각하며 보냈던 삶을 반성하게 된 것이다.

그런 와중에 남·북 정상간의 615 공동선언 이후 한국에서 통일열기가 한창 높아지던 때 한 선배의 소개로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이라는 단체를 알게 됐다.

평통사는 한국 최초의 평화운동단체인 ‘반핵평화운동연합’에 이어 평화운동을 개척하던 ‘새로운 평화운동 대중단체’와 ‘평화와 통일을 위한 연대회의’가 통합해 1994년 결성된 단체다.

이곳에서 나는 평화군축을 위한 국방비증액 저지와 주한미군 재배치에 관련한 활동을 중심으로 한국의 평화를 위해 애쓰고 있다.

정부·민주당은 2004년도 예산안을 협의한 결과 전체 예산증액규모 2조4천억원 중 1조4천억원을 국방예산으로 잠정 합의했다고 한다.

앞으로 조정작업이 더 진행되겠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내용만 보면 정부의 예산안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고 본다.

국방비 지출에서 세계 10위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에 더 이상의 국방비 증액은 필요하지 않다.

또한 세계에서 유일하게 전시군사작전 통제권이 주한미군사령부에 있는 굴욕적인 상황에서 국방비증액을 통한 자주국방을 얘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국방부는 신규사업으로 6∼7조원을 들여 패트리어트기·공중조기경보기·차세대구축함 등 미국산 첨단무기를 도입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무기들의 운영비는 구입비의 3∼4배가 들며, 이것은 앞으로 구입비·운영비를 합해 30조원이상이 되는 돈이 미국산무기구입에 들어간다는 것을 말해준다.

결국 국방부의 국방비 증액요구는 자주국방을 위한 것이 아닌 미국산 무기구입을 위한 것임을 보여주는 셈이다.

지금 경제는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다.

하루 자살평균은 36명에 달하고 있고 민생은 파탄지경에 이르렀다.

정부는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국방비를 증액하는데 예산 책정을 할 것이 아니라 어려운 나라경제와 민생을 위해서 사회복지비 확충에 힘써야 할 것이다.

진정한 자주국방은 군비경쟁을 통한 전쟁위기의 확산에 의한 것이 아니라 남북 사이의 정치·군사적 신뢰를 높여 군비축소를 지향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또 자주국방은 주한미군사령부에 있는 전시작전권 환수와 불평등한 한미 상호방위조약과 그 하위협정(한미소파 등)의 전면개폐·한반도의 평화체제 확립을 통해서 가능한 것이다.

평통사는 이런 국방비증액요구의 허구성을 시민들에게 알려내기 위해 거리캠페인·온라인 서명전·1인시위·토론회 등의 활동을 꾸준히 벌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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