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인물 후보로 유관순·김만덕 등이 거론돼

“우리 나라 화폐에 여성 인물을 넣는 운동을 한다구요?” 대한민국 화폐가 발행된지 어느새 50년이 지났지만 그 누구도 생각치 못했던 문제 ‘화폐 속 여성 소외’에 남달리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다.

동덕여대 김경애 교수(여성학 전공)와 그의 학생들을 주축으로 만들어진 ‘여성인물을 화폐에! 시민연대’가 바로 그들이다.

“화폐에 여성 인물을 넣는 운동은 비록 규모가 작긴 하지만 일상 속에서 알게 모르게 소외되고 있는 여성을 끄집어낸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지요”라고 말한 김경애 교수는 본격적으로 운동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 6월5일 ‘여성 인물을 화폐에! 시민연대’를 발족했다.

이 운동의 중요한 작업은 무엇보다 화폐 속에 넣을 여성 인물을 선정하는 것이다.

역사 속 여성 인물 중 업적이 뛰어난 여성을 중심으로 인물을 모색하고 있는 ‘여성 인물을 화폐에! 시민연대’는 현재 삼국 통일을 이끈 신라시대 선덕여왕과 우리에게 잘 알려진 유관순, 신사임당, 허난설헌, 명성황후 등을 물망에 올렸다.

그 중에서도 가장 조명받는 인물은 김만덕이다.

김만덕은 조선 정조 때 태풍으로 굶어 죽을 위기에 놓인 제주 백성을 위해 재산을 모두 내놓은 여성실업가로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하지만 이 운동에 대한 시선이 그리 곱지만은 않다.

“화폐에 여성 인물이 새겨지면 좋긴 하지만 과연 남성보다 뛰어난 업적을 가진 여성인물이 있냐?”며 여성인물의 적합성에 대해 의심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 학교 진희연(작곡·3)씨는 “우리 나라 화페에 여성 인물 넣기 운동이 대중성을 얻기 위해서는 남성들만큼 여성들의 업적도 타당성을 인정받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여성 얼굴을 화폐에! 시민연대’는 사학자들과 학술제와 토론회를 자주 개최해 역사 속에 감춰져 있는 여성 인물 발굴 작업을 추진 중에 있다.

또한 그들은 국회에 청원서도 낼 예정이다.

현재 한국은행 측은 “2008년까지 화폐 도안을 바꿀 계획이 없다”고 했지만 ‘여성의 얼굴을 화폐에! 시민연대’는 서명운동과 회원모집을 통해 여론을 형성하고 나아가 청원서가 받아지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번 운동은 여성 인물을 화폐에 넣는다는 이색적인 주제라는 점 외에도 대학 수업시간에 문제가 제기됐고, 시민 운동으로까지 확장됐다는 점에서 기존 운동과는 다르게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수업시간에 참여했던 동덕여대 곽윤정(일어·3)씨는 “일상생활 속에서 직접 느끼고 있는 여성차별적인 문제들을 문제 제기로만 그치지 않고 몸소 실천에 옮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앞으로도 이 운동에 계속 참여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활동에 대해 홍미영 민주당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은 “화폐에 여성 인물을 넣자는 운동은 호주제와 같은 실질적인 여성 운동은 아니지만 사회문화적인 측면에서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는 가부장적 사회를 점차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평했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 프랑스의 퀴리 부인, 이스라엘의 메이어, 노르웨이의 플라크스타 등은 모두 그 뛰어난 업적을 인정받아 당당히 그 나라 화폐에서도 추앙받는 여성들이다.

가까운 나라 일본에서도 2004년 화폐 도안 개정 때 메이지 시대의 일본 근대 소설의 개척자 히구치 이치요의 얼굴을 넣을 예정이라고 한다.

반면 우리 나라 여성들은 아직도 소외의 그늘 속에 머무르고 있지는 않은가 새삼 우려가 든다.

“여성 인물을 화페에 올리는 작업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여성들의 자각을 이끌어 내고 여성 인물 선정 과정에서 여성들의 재평가가 잘 이뤄지는 것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일이다”라는 김경애 교수의# 말처럼 이번을 계기로 신선한 바람의 여성 운동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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