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 한 걸음 또 한 걸음 그리고 절. 갯지렁이가 살아 숨쉬는 새만금 해창갯벌을 떠나 서울까지 305km를 세 걸음에 한 번 절하며 온 ‘새만금 갯벌의 생명·평화를 염원하는 3보1배 순례단’이 지난 5월28일(수) 오후2시 신촌에 도착했다.

“62일째 3보1배 오후 일정을 시작하겠습니다.

” 녹색연합 박인영 간사가 3보1배의 시작을 알리자 신촌에서 아현 교차로까지 힘겨운 고행이 다시 시작됐다.

3보1배를 처음 제안한 문규현 신부·수경 스님과 이희운 목사·원불교 김경일 교무가 행렬의 선두에서 발을 떼고 절을 하자 뒤따르던 2백여명의 시민 역시 3보1배로 생명 사랑의 마음을 표현한다.

“행렬이 마침 학교 근처를 지난다는 소식을 듣고 수업을 마치자마자 참여했다”는 서강대 김현중(컴퓨터·2)씨를 비롯해 “세 번 걷고 한 번 절하면서 갯벌 친구들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뿐”이라는 초등학생 주재현군까지 순례단과 시민 모두가 하나된 마음으로 힘든 고행을 하고 있었다.

“신부님, 스님 힘내세요!”지나가던 택시 기사도 3보1배 행렬에게 열렬한 응원을 보냈다.

이 날 서울은 올 들어 가장 더워 낮기온이 최고 30도를 웃돌았다.

찌는 태양 아래 신촌 로터리 아스팔트 위는 그 자체가 사막이다.

걷기만 해도 땀이 흐를 정도로 숨통 막히는 더위에 성직자 4명과 참가단은 이글거리는 도로 위에 엎드려 절을 하고, 새까맣게 그을린 얼굴 위로는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그러나 이들은 멈출 수 없었다.

부안과 군산 사이 33km의 방조제를 쌓는 새만금 간척 사업이 벌써 80%나 진행돼 풍요로운 갯벌과 바다 생태계가 지금도 파괴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박인영 간사는 “애초에 농경지로 사용하기 위해 1991년 새만금 간척 사업을 벌였지만 무분별한 개발로 그곳의 수질이 매우 나빠져 4급수가 됐다.

이는 농업용수로도 사용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새만금을 메우기 위해 멀쩡한 산 140개를 깎아야만 하는 등 간척 사업이 앞으로 엄청난 환경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3보1배 순례단은 오후4시가 돼서야 아현 교차로에서 하루 일정을 마쳤다.

4명의 성직자를 비롯한 참가자들은 녹초가 된 고단한 몸도 잊고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서로를 격려했다.

두 달여 동안 이들을 따라다니며 격려하는 문정현 신부는 “자신을 죽이면서까지 갯벌의 생명을 존중하는 그들의 모습에 하루도 눈물을 흘리지 않은 적이 없다”며 눈물을 글썽인다.

한 걸음 한 걸음 또 한 걸음 그리고 절. 새만금 갯벌을 살리기 위한 800리길 3보1배의 기도수행은 5월31일(토) 서울시청 광장 앞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새만금 사업 중단 결정 촉구 및 3보1배 시민행진’으로 모두 끝이 났다.

그러나 새만금 갯지렁이와 조개가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죽어가고 있는 한 이들의 고행은 멈출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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