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대신 ‘양심’을 선택한 사람들이 한데 모였다.

세계병역거부자의 날인 지난 15일(목) 오후7시 숭실대 한경직 기념관에서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모임 ‘전쟁없는 세상(www.withoutwar.org)’후원의 밤이 열렸다.

오태양씨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백여명의 후원자가 참석해 장내를 가득채웠다.

“전쟁없는 세상은 앞으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주체적으로 평화와 인권을 실천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입니다.

” 오태양씨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선언해 병역거부운동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지 3년째. 그동안 병역거부자들은 30여개의 시민·사회단체가 만든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연대회의)’를 통해 사회적 지원을 받아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연대회의의 지원을 바탕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병역거부운동을 이끌겠다는 각오다.

그래서 이들의 활동에 정신적·경제적으로 지지해 줄 ‘전쟁없는 사회 후원회’의 발족은 그 의미가 크다.

이날 행사는 후원자들의 축사에 이어 숭실대 춤패의 문화공연·양심적병역거부 지지 인터뷰·영상물 상영 순으로 진행됐다.

이어 생태주의적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로 현재 감옥에 있는 최준호씨의 편지를 사회자가 낭송하자 장내 분위기는 곧 숙연해졌다.

총 대신 호미를 들겠다는 양심에 따라 ‘전과자’가 된 최준호씨의 편지에서 또 한번 현실의 두터운 벽을 느낀 것일까? 오태양씨 공판을 찍은 영상물에서 “내가 어떻게 키운 자식인데…”라며 오열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상영되자 어떤 이들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이날 이스라엘에서는 이스라엘 병역거부자를 위한 국제회의가 열렸다.

이에 예비 양심적 병역거부자 은국씨와 최정민 연대회의 공동집행위원장은 한국 대표로 회의에 참석했다고 한다.

전쟁없는 세상의 병역거부운동은 한국뿐만 아니라 국제적 연대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저는 평화주의의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예비병역거부자입니다.

앞으로 학내에서 서명운동과 캠페인을 펼치며 평화주의운동을 위해 열심히 노력할 것입니다.

” 예비 양심적 병역거부자 고려대 임재성씨(법학·4)를 비롯해 행사에 참석한 양심적 병역거부자 14명의 각오를 들으며 후원의 밤은 깊어만 갔다.

“해 떨어져 어두운 길을 서로 일으켜주고/ 가다 못가면 쉬었다 가자/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 함께 가자 우리 이길을/ 마침내 하나됨을 위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평화를 염원하는 하늘색 손수건을 펄럭이며 부른 노래로 이날 행사는 막을 내렸다.

총을 거부하는 사람들. 주체적으로 한국 사회에서 병역거부운동을 이끌어 갈 이들의 행보는 엄숙하면서도 힘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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