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인간이란 존재는 쌍으로 붙어있었대. 거만한 인간에게 분노한 제우스는 번개를 내리쳐 인간을 둘로 갈라놓았지. 서로 떨어지게 된 인간은 남은 반쪽을 찾아 남녀가 만나기도 하고 어떤 때는 남자끼리 여자끼리 만나기도 했지. 나머지 반쪽을 찾겠다는데 뭐가 그리 이상해? 우리들은 지극히 정상이야. 너희들과 약간 다를 뿐이지. 우리는 성적소수자. 제우스의 번개로 내 반쪽 찾아다니는 아름다운 방랑자. × × × 평소 시조 짓기를 즐겨했다는 10대 동성애자 윤모군이 남긴 글의 일부분이다.

그는 동성애자인권연대(동인련)의 청소년 활동가로 지난 4월26일(토) 동성애자로 겪어야만 했던 사회적 편견과 폭력 앞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의 죽음을 자살이 아닌 사회적 타살로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동성애에 대한 그릇된 인식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동성애라는 개념이 인지된 것은 1993∼94년 언론에서 일제히 ‘동성애자는 에이즈의 주범’이라는 보도를 하면서부터다.

미국에서 처음 발견된 에이즈 환자들이 동성애자들이었는데 그 당시 동성애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었던 미국 레이건 정부는 동성애를 제어하는 수단으로 에이즈와 동성애를 연관시킨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그대로 받아들여 에이즈는 동성애자들만이 걸리는 병 정도로 인식되면서 이를 왜곡 보도한 언론으로 인해 아직까지도 에이즈는 동성애자들의 병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이에 대해 동인련 고승우 사무국장은 “에이즈 감염자는 80%가 이성애자이고 동성애자라 하더라도 에이즈 바이러스를 보유한 사람의 혈액·타액·정액 등과 접촉하지 않는 한 에이즈에 걸릴 확률이 없다”고 말했다.

이렇듯 동성애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바로 서기도 전에 왜곡된 정보가 확산되면서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높아만 갔다.

대표적으로 청소년보호법의 한 조항에 동성애를 혼음·근친상간 등의 행위와 함께 포함시켜 청소년에게 유해한 것으로 분류한 것을 들 수 있다.

이에 작년 10월 한국여성성적소수자의 모임 ‘끼리끼리’의 한 간사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를 받아들여 이 조항은 동성애자에 대한 인권 차별이라 인정하고 청소년 보호위원회(청보위)에 삭제를 권고했다.

그러자 일부 기독교 단체와 언론은 이번 결정이 청소년들이 성적 정체성 형성에 혼란을 초래한다는 반대 성명을 내 청보위의 ‘동성애 삭제 권고 수용’철회를 요구했고 청보위는 아직 문제가 되는 조항을 삭제하지 않고 있다.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이 심각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동성애자들은 자신들의 성적(性的)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한 채 신음하고 있다.

더욱이 아웃팅(스스로 동성애자임을 밝히는 커밍아웃과 달리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동성애자임이 타인에 의해 밝혀지는 것)을 협박수단으로 동성애자에게 돈을 요구하는 사례도 발생하지만 동성애자들은 커밍아웃하지 않는 한 법의 보호조차 받을 수 없다.

설사 용기를 내서 커밍아웃을 한다 해도 주위로부터 따가운 눈초리를 받으며 배척당하기 쉽상이다.

꿈이 여성학 강사였다던 한 레즈비언은 “제가 동성애자란 사실을 안 대학원 친구들이 제 인사조차 받아주지 않더라구요. 그렇게 잘못하며 산 적은 없는데…”라며 교단에 서고자 하는 꿈을 접었다고 말한다.

이성애자가 다수인 현실에서 동성애자들은 성적(性的)으로 소수란 이유로 자신의 존재를 인정조차 받지 못한 채 끊임없이 부정당하고 억압받고 있다.

다수와 다른 차이가 인권침해의 원인이 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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