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 있는 사람은 전원 체포하라!” 지난 18일(일) 오후4시 전라남도 광주 금남로에서 시민학살을 예고하는 신호탄이 울렸다.

당시 거리에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광주 시민들이 있었고 전두환을 비롯한 신군부세력의 타도를 외치며 민주화를 갈망하는 학생들의 시위가 한창이었다.

그러나 금남로는 이내 피로 얼룩지고 말았다.

공수부대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금남로에 있는 사람이면 무조건 곤봉으로 얼굴을 짓뭉개고 군홧발로 온 몸을 짓밟았다.

흰색 투피스를 입고 외출하던 어느 젊은 여성은 옷이 찢겨 나체로 길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금남로 한 여관에서 투숙하던 젊은 여행객은 갑자기 들이닥친 군인들의 곤봉세례로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됐다.

택시를 타고 신혼여행을 가던 신혼부부도, 서점에 가던 고등학생도 이유를 알지 못한 채 주검으로 변해갔다.

마냥 지켜볼 수 없던 시민들은 19일(월)부터 무자비한 공수부대의 탄압에 맞서 싸우기 시작했다.

김태찬씨는 시민군과 함께 총으로 맞섰고 나명관씨는 ‘투사일보’를 만들어 공수부대의 만행을 적나라하게 밝혔다.

다방 DJ는 마이크를 갖고 거리로 뛰어나와 가두방송을 했고 부녀자들은 배고픈 시민군을 위해 주먹밥을 만들었다.

21일(수) 오후1시 도청 스피커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지자마자 금남로에 있던 청년들이 하나 둘씩 쓰러져갔다.

군인들이 시민을 향해 사격을 시작한 것이다.

이에 시민들도 군용트럭과 총을 모아 시가전을 벌였고 오후5시30분 공수부대는 조선대로 철수했다.

그러나 공수부대가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상황. 폭풍 전야의 불안한 밤공기가 광주를 휩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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