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님께 안녕하세요 대통령님. 지구 반대편에선 참혹한 침략전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어느덧 봄은 와서 활짝 핀 목련과 벚꽃이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국정일로 바쁘실 테지만 제가 이렇게 편지를 드린 것은 다름이 아니라 저를 비롯한 대학졸업생들의 현재 고충을 털어놓고 이에 대한 해결책 마련을 부탁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작년에 졸업하고 아직 직장을 구하지 못한 채 그동안 말로만 듣던 취업난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수십 군데 지원서를 넣어봐도 30:1을 웃도는 높은 경쟁률에 매번 떨어지고 이젠 더이상 지원서를 넣을 곳도 없을 지경입니다.

얼마 전 신문에서 대학생 10명중 6명이 취업을 위해 연간 127만원의 사교육비를 지출한다는 통계를 접했습니다.

저 역시 두 군데의 외국어 학원과 컴퓨터 학원에 수백만원을 투자해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이렇듯 저를 비롯해 많은 취업 준비생들이 기업에서 요구하는 영어성적·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요건을 갖췄지만 취직은 멀기만 합니다.

나라에서 보장하는 고등교육을 받았음에도 직업을 갖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주위의 많은 선배·친구들을 보면서 청년실업이 비단 개인의 능력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적인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2002년 현재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은 80%에 이르러 노동인구는 점차 고학력자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늘어난 고학력자들이 일할 노동시장의 수요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기업들은 신규채용을 대폭 줄이고 심지어 채용계획조차 세우지 않고 있습니다.

채용한다 해도 신규 졸업생보다 경력근로자를 선호하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에 대해 전문가들은 신자유주의 체제하에서 경영 효율성만을 중시하는 기업들로 인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이처럼 노동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구조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에도 정부와 대학은 취업난을 뚫을 근본적인 해법을 찾지 못한 채 그들이 양성한 고학력자들을 유휴노동자로 내몰고 있습니다.

이는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 다행히 대통령님께서는 청년실업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청년 노동력 활용방안을 검토 중이시라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정부에서 실시하고 있는 직업훈련 프로그램·단기일자리 제공 등의 정책은 미봉책에 불과해 불안하고 답답하기만 합니다.

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구조적·제도적인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신규채용 감소와 경력중시 채용관행은 일반 대졸자들이 선호하는 대기업에서 유독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눈을 돌려 중소기업에 취업해도 아르바이트보다 못한 월급을 주는 현실에서 당연히 중소기업은 꺼릴 수 밖에 없습니다.

대기업에서의 일자리 창출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면 중소기업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또한 학생들이 자신의 전공을 바탕으로 능력을 개발하면서 재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지식기반사업의 육성도 필요합니다.

정부와 기업은 학생들이 재학 중에 자신의 전공과 연계된 분야에 체계화된 인턴쉽 등의 근로경험을 통해서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고 경력을 쌓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대학과 기업이 손을 맞잡고 산학협력제도를 체계적으로 활성화시켜야 하며 정부의 정책적·재정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할 것입니다.

‘보통 사람들’이 일한 만큼 대우받을 수 있는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대통령님. 자신과 나라를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한 우리 대학생들이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치며 사회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사회적인 기반을 마련해 주세요. 청년실업 문제가 이른 시일 내에 해결되길 바라면서 이만 줄이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추신: 제 주위에는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못해 노점을 운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 사람의 이야기도 들어보세요. 김미래 기자 ksfuture@ewha.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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