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를 비롯해 서강대·연세대·홍익대 4개 대학이 위치하고 있는 신촌. ‘대학로’로서 신촌을 평가한다면? “신촌을 대학로라 생각한 적 없어요. 밥먹고 술이나 마시는 유흥가일 뿐이죠.” 우리 학교 조현정(경영·1)씨의 평가다.

평소 이대 앞을 즐겨 찾는다는 김진실(이화여고·3)씨도 “옷을 사거나 미용실에 갈 일이 있을 때만 이대 앞을 찾아요”라고 밝히는 등 이미 많은 이들이 신촌을 소비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문의 상아탑이라 불리는 대학이 4개나 모여있는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신촌은 정작 대학생이 소외된 지역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대학생들을 위한 문화·예술 시설이 부족하고 상업 시설로서 이미 서울 서북부의 최대 상권으로 불릴 만큼 상업화됐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학교와 연세대 앞에는 주점 440개와 의류업소 393개, 미용실 196개가 있고 숙박시설도 무려 66개라는 서대문구청 조사 수치(2002년 12월 기준)는 신촌의 상업화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시사한다.

이에 서대문구청 도시개발과 노만규씨는 “신촌이 지나치게 상업화됐다는 문제는 공감하지만 상업 시설 입주가 법적으로 허용돼 있어 우리도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이런 상업 시설 가운데 대학생들이 맘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은 극소수다.

대학생과 주민들을 위한 녹지 공원은 찾아볼 수 없고 공연 시설은 구청에서 운영하는 야외공연무대 2개가 고작이다.

그나마 연세대 앞에 위치한 창천교회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문화 공연을 여는 게 전부다.

게다가 대학가에 서점은 연세대 앞 홍익문고와 이대 근처 씨티문고 단 둘 뿐이다.

그것도 대형 서점으로 책만 팔 뿐 학생들이 토론할 수 있는 ‘장’으로서의 역할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신촌 축제 중 하나인 한조각나눔축제 기획위원회 조연호 사무국장은 “대학생들조차 신촌을 문화 공간으로 바꾸려 하기보다 술마시는 곳·옷 사는 곳으로 먼저 인식하는데 어떻게‘대학로’라 할 수 있는냐”며 대학생들의 의식을 꼬집었다.

또한 그는 “그나마 존재하는 야외 공연 무대 등의 시설을 잘 활용하려는 노력도 없으면서 그저 신촌에 문화 시설이 부족하다고 불평만 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구청에서 우리 학교와 연세대 사이에 있는 ‘걷고 싶은 거리’를 처음 기획할 때도 위원회의 대부분은 그 지역 상인들로 구성됐고 대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에 창천교회 문화쉼터 담당자 김재욱씨는 “상업화된 신촌에서 학생들은 소극적인 객체가 될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건강한 소비 문화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며 “각자 학교별로 노력하기보다는 신촌 4개 대학 학생들이 하나의 연대체를 만들어 함께 고민한다면 건강한 신촌 대학 문화를 빠르게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한다.

최근 서대문구청은 신촌을 문화 특화지역으로 만들기 위해 빠르면 2005년 신촌기차역 자리에 대규모 신촌 광장이 들어설 것이라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제 누구보다 대학생들이 신촌을 젊음과 낭만이 넘치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 나서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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