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은 정월대보름에 ‘탑돌이’라 하여 젊은 남녀가 탑을 돌면서 사랑을 나눴다.

또 ‘부럼깨기’로 겨우내 추위에 시달린 체력에 영양을 보충했다.

그러나 이러한 미풍양속은 어느덧 우리의 생활속에서 자취를 감추고 발렌타인데이·크리스마스같은 서양의 기념일이 그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이렇듯 침체돼가는 우리의 민족생활문화를 일으키는 일이 바로 민족생활운동가 김영조씨의 일이다.

그는 발렌타인데이를 대신해 정월대보름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부럼을 깨고 탑돌기를 하는 ‘한국형 발렌타인데이’를 제안한다.

“살도 찌고 건강에도 안좋은 초콜릿을 상술에 넘어가 선물하지 마세요. 우리몸에 좋고 뇌발달에도 좋은 견과류를 먹으면서 좀더 의미있는 연인의 날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우리 것은 우리 체질에 맞는 것으로 건강을 지켜줄 수 있다고 자부하는 그는 이를 알리기 위해 신문 기고·방송 출연 및 각종 단체에 나가 강의를 하기도 한다.

그는 80년대 후반부터 참교육학부모회·한겨레 독자주주모임 등 사회운동에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친일파 잔존 등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우리 민족의 생활문화 근간이 무너지는 것이 안타까워 민족생활문화운동에 뛰어 들었다고 한다.

“아마 내가 최초의 민족생활운동가일 겁니다.

교육·언론운동이야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다 달려들어 하고 있지만 이 운동을 자기 일처럼 하는 사람은 없어요”라며 허허 웃는다.

그는 작년 경희대학교 대동제에 인간윷놀이·줄타기 등 민속놀이 한마당을 제안하기도 했다.

“충분히 재미있고 지역주민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장이 됐을 텐데 학생들이 받아들이지 않더라구요.” 우리 민족의 미풍양속 계승을 위해 무엇보다 대학생들이 우리 것은 고리타분하다는 선입견을 버리고 전통 문화를 많이 접해 봐야 한단다.

우리 민족 생활문화의 정신을 ‘더불어 사는 사회’라 말하는 그. ‘더불어 살기’라는 민족문화정신을 잃어버리고 점점 험악해져 가는 세상이 한탄스럽다고 하는데….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새와 벌레까지 생각해 콩을 심어도 꼭 세 알을 심었어요. 그러나 지금은 새와 벌레를 죽이기 위해 농약을 치고 농약친 농산물은 결국 사람에게 해가 되지요.” 이웃이 잘 살아야 나도 잘 살 수 있는 길이라며 민족생활운동도 궁극적으로 자신을 위해 하는 일이란다.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해 죽는 날까지 민족생활운동에 몸담겠다는 김영조씨. 그의 고집스런 외길이 더이상 혼자만의 길이 아닌 우리 모두가 동참할 수 있는 길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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