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속에 활기찬 젊음이 묻어나는 신촌 거리. 그러나 어떤 이들에겐 이런 신촌 거리를 즐기는 것이 어렵기만 하다.

다른 지역에 비해 재활병원·사회복지관 등 장애인 이용 시설이 많은 신촌에는 하루 평균 1천여명의 장애인이 오간다.

그런데도 신촌 거리에서 그들의 모습을 보기란 쉽지 않은데…. 그 이유를 알아보고자 기자가 직접 휠체어를 타고 신촌 거리로 나섰다.

오늘의 특명은 지하철 이대역에 내려 미용실 가고 영화보기! 특명1. 지하철 이대역을 빠져나와라! 지하철 승강장에 내리니 장애인용 승강기는커녕 리프트조차 없는 계단 앞에서 휠체어는 속수무책이다.

어찌할 바를 모르는 기자에게 역무원장이 다가온다.

“올라가실 거면 공익근무요원 불러드릴게요.” 도와주려는 마음은 고맙지만 낯선 남자의 등에 업혀 올라갈 생각을 하니 선뜻 내키지 않는다.

오늘 기자의 특명 수행은 출발부터 힘겹다.

특명2. 학교 앞 미용실 가기 “어머, 장애인이 고생스럽게 이런데 왜 와?” 이대 앞 거리로 들어서자 지나가는 여자의 말이 가슴 속에 꽂힌다.

사람들의 연민·동정 혹은 짜증섞인 시선에 얼굴도 뜨거워진다.

좁고 비스듬히 기울어진 거리에 10cm밖에 안되는 인도와 차도 사이의 턱도 휠체어를 타고 보니 낭떠러지같다.

턱 하나에 덜덜 떨면서 힘겹게 이곳저곳을 기웃거려 보지만 모든 미용실 출입구가 계단으로 이어져 있어 장애인이 갈 수 있는 미용실은 찾기 힘들다.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다는 마크가 부착돼 있거나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접근 가능한 상점들을 표시해 둔 안내문이 있었다면 헛걸음치진 않았을 텐데…. 특명3. 신촌 극장에서 영화보기 신촌에 있는 ㄴ극장에 가기 전 후문에 위치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길을 건너야 하는데 경사로나 승강기가 없는 육교가 원망스럽다.

목숨을 걸고 무단횡단을 해볼까 했지만 결국 400m 떨어진 금란여고 앞 횡단보도를 이용하기 위해 사력을 다해 휠체어를 굴린다.

점심을 먹고 신촌 세브란스병원 앞에 이르러 장애인을 위한 무료셔틀버스를 기다려 보지만 버스가 1시간 50분 후에야 온다고 한다.

겨우겨우 도착한 극장에는 휠체어장애인용 좌석이 없다.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자리에 앉았지만 금새 곯아떨어지고 말았다.

하루동안 휠체어를 타고 다녀본 신촌 거리. 장애인에게 신촌은 즐기고 싶어도 즐길 수 없는 불평등한 거리였다.

장애인도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다면 우리 모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걸을 수 있는 거리가 되지 않을까.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신촌 거리를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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