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어린이는 건전하게 태어나 따뜻한 가정에서 사랑 받으며 자랄 권리가 있습니다” -1988년 보건복지부 공포, 어린이 헌장 1.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 기본적인 생명의 권리조차 지켜지지 않은 채, 우리나라에서만 매해 7천여명의 아이들이 버려지고 있다.

이들을 감싸안는 것이 성가정 입양원 이정자 수녀가 하는 일이다.

입양이라 하면 으레 해외 입양을 떠올리던 14년 전, ‘우리 아기는 우리 손으로’란 신념으로 첫 국내 입양을 추진한 성가정 입양원. 이 곳에 4년째 몸담고 있는 이정자 수녀는 자신을 이 곳의 ‘머슴’이라고 소개한다.

그의 손길은 여기 있는 30여명의 아기들과 24시간 함께 생활하며 이들을 돌보는 일부터 미혼모 상담·위탁부모 찾기·입양 후 사후 관리까지 닿지 않는 곳이 없다.

그리고 그는 무엇보다도 아기를 사랑으로 키워줄 ‘진짜 한국인’ 부모를 찾기 위해 온 힘을 다한다.

그가 유달리 국내 입양에 열심인 데는 이유가 있다.

“얼마 전 친부모를 찾기 위해 한국에 온 해외 입양아들이 ‘우리 부모가 나를 못 키웠으면 한국 사회는 왜 나를 키우지 않았느냐’고 말해 가슴이 아팠어요.” 어느 정도 경제 성장이 이뤄진 지금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해외로 입양되는 수천 명의 아이들. 그들이 성장하면서 사용하는 언어는 영어지만 겉모습은 한국인인 자신에 대해 겪을 정체성 혼란을 생각하면 그는 자신이 하는 일의 막중함을 더욱 절실히 느낀단다.

그래서 국내입양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입양에 대한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고 생각한 그는 작년 5월 마로니에 공원에서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이런 그의 노력에도 현실의 장벽은 높기만 하다.

전통적으로 혈연을 중시하는 한국인의 의식구조가 국내입양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탓이다.

“우리 사회는 핏줄에 대한 집착이 심해 입양을 하게 되더라도 이를 쉬쉬하고 숨겨버리기 일쑤예요.”##### 이런 한국 사회이다 보니 그가 하는 일에 많은 어려움이 따르지만 그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장애아의 국내 입양이라는 불모지를 개척하고 있다.

현재 성가정 입양원에 머물고 있는 10명의 장애아들의 국내 입양을 위해 조기 치료와 전문적인 교육을 해줄 새 둥지를 틀고 있는 것이다.

“장애아도 하나의 인격체로 대할 수 있는 시민 의식이 성숙하길 바래요.” 각 가정에 입양된 아기들이 그곳에서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사용하던 우유병 젖꼭지와 분유 이름까지 양부모에게 꼼꼼히 일러주는 그. 아기들을 하나하나 안아서 가슴을 맞대고, 눈을 바라보며 우유를 먹여주고 싶어도 일손이 모자라 침대에 뉘여 혼자서 먹게 할 수 밖에 없어 속상하다고 하는데…. “생명은 기계처럼 다룰 수 없는 것으로 눈과 눈, 마음과 마음으로 다가가야 한다”는 그의 말이 온종일 가슴 속을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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