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위에서 로또복권 얘기를 많이 해 호기심이 생긴 차에 10회차 1등 당첨금이 8백억원에 육박한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복권을 구입하게 됐죠.” 지난 5일(수) 우리학교 ㄱ(과교·3)씨는 6만원 어치 로또복권을 구매했다.

그러나 당첨숫자 6개 중 그가 맞춘 건 단 하나. 결국 복권으로 3일치 아르바이트비를 모두 탕진한 그는 “발표 전까진 기대감에 부풀어 재밌었지만 지금은 무리하게 6만원씩이나 복권을 긁었다는 사실이 너무 후회스럽다”며 한탄을 금치 못했다.

“요즘은 대학생들이 로또복권 많이 사가요. 보통 만원 어치 많이 하고 몇 만원씩 복권 긁는 학생들도 있지요.” 대학로에 위치한 한 로또복권 판매점 주인의 말처럼 현재 대학가에는 ‘로또 열풍’이 한창이다.

친구 9명과 함께 10만원을 마련해 로또복권을 구매한 연세대 함문호(재료공학 석사과정·1학기)씨는 “친구들과 장난 반 기대 반으로 구매했지만 단 한푼도 건지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이화이언 비밀게시판에도 로또복권 관련 글들이 자주 등장하고 당첨자 발표날인 매주 토요일에는 4·5등에 당첨됐다는 글도 심심찮게 보인다.

이처럼 대학가에 부는 로또 열풍에 대해 우리학교 ㅇ(경영·4)씨는 “자기 분수에 맞게 로또복권을 구매하는 것은 쾌락 추구의 차원에서 정당하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6천원씩 구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로또복권으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점을 단순히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기에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지나칠 수 없다.

지난 9일(일) 지하철 1호선 시청역에서 한 40대 시민이 로또복권에 3천만원을 투자했으나 1등에 당첨되지 못했다는 이유로 투신자살한 사건은 로또복권 후유증이 얼마나 심각한 지를 시사한다.

로또복권과 관련해 가장 많이 지적되는 문제점은 정부의 사행심 조장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 위평량 사무국장은 “정부가 조장한 사행심은 한탕주의와 맞물려 결국 사회 근간을 유지하는 노동의 가치는 무시되고 황금만능주의가 팽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서창범 소장은 “로또복권 1등 당첨률은 8백15만분의 1이다.

이는 당첨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는 뜻인데 ‘인생역전’과 같은 선정적인 광고는 대박을 꿈꾸는 국민들의 사행심을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대학생들의 취업란과 카드빚·명품선호 등이 한탕주의와 맞물려 대학가 로또 열풍을 부추긴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로또복권은 수익금 사용 면에서도 비판을 받는다.

로또복권 운영기관인 국민은행은 ‘전세계 60여개국 로또복권은 공익기금 조성을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습니다’라는 광고로 공익성을 강조하지만 판매금 중 당첨금 지급 50%·판매점 수수료 5.5%·KLS 컨소시엄 배당금 9.5%·마케팅 및 기타 비용 1%를 제외한 32%만이 기금으로 조성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이홍균 연구위원은 “정부는 로또복권으로 조성된 공익기금의 사용출처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경실련 위평량 사무국장은 “출처뿐만 아니라 기금 사용의 효율성도 함께 밝혀야 한다”며 “소득 재분배 정책을 펼치고 있는 정부가 도리어 복권의 주 구매계층인 중산층 이하 서민들의 쌈짓돈으로 공익기금을 마련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로또복권의 사회적 여파가 커지고 많은 문제점이 제기되자 정부는 최고 5회까지 이월할 수 있는 당첨금을 2회로 제한한 바 있다.

또 세금도 현행 22%에서 39.6%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것만으로 로또복권의 문제점이 해결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서창범 소장은 “1인당 구매할 수 있는 한도액을 법으로 규제하는 등 좀더 적극적인 조처를 취해야 한다”며 정부의 제도개선을 주장했고, 경실련 위평량 사무국장은 “궁극적으로는 로또복권을 폐지하고 조세제도 등을 통해 공공기금을 조성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인생역전’의 탈을 쓴 로또, 즐거운 레저문화가 될 것인가 ‘패가망신’ 도박이 될 것인가? 국민 개개인이 신중히 판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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