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포환경자치시민회

“오늘 수리산에서 청솔모가 도토리 먹는 모습을 1m정도 떨어진 곳에서 봤어요. 그렇게 가까이에서 본 적은 처음이예요.” 수리산자연학교 손민혁 군(11)의 수리산 탐사후기다.

도심 속에서 보기 드문 청솔모가 살고 있는 수리산. 그 깨끗한 환경 속에는 군포환경자치시민회(군포시민회)의 자발적 노력이 깃들어 있다.

올해로 창립 5주년을 맞이한 군포시민회는 97년 군포시가 추진한 쓰레기 소각장 설치 계획을 주민들이 반대하면서 만들어진 시민단체다.

아침운동이나 산책 등으로 많이 찾는 수리산에 쓰레기 소각장이 들어선다는 사실에 분개한 주민들은 29차례나 반대시위를 벌였고 그 과정에서 수리산을 지켜야겠다는 의견이 모아져 군포시민회가 결성된 것. 현재 ‘수리산 지키기·아름다운 생활공동체·주민자치’라는 슬로건 아래 800여명의 시민들이 군포시민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97년 쓰레기 소각장이 건설됐을 때는 수리살림팀을 만들어 환경대안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부녀회 중심의 수리살림팀은 젖은 쓰레기 분리해 버리기·우유 팩 대신 우유병 사용하기·장바구니 이용하기 등 작은 활동부터 실천해 쓰레기를 줄여나갔다.

특히 98년부터 실시한 음식물 분리수거 운동은 군포시청에서 시 전역에 분리수거지침을 내릴 정도로 그 효과가 대단했다고 한다.

게다가 군포시민회는 수리산자연학교를 열어 하천탐사·갯벌탐사 등 현장학습을 통해 지역 어린이들이 수리산 생태를 체험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키우도록 돕고 있으며 환경자치학교에서는 군포시민을 대상으로 환경에 대한 강의를 열고 있다.

수리살림팀의 열정적인 활동에서도 볼 수 있듯이 군포시민회 활동의 주축은 주부들이다.

이들은 주부생태지도자교육을 통해 생태교육 교사로 활약하고 있으며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환경 공부를 하기도 한다.

주부이면서 동시에 공동대표직을 맡고 있는 조금숙 씨는 “군포시민회 활동 전에는 몰랐는데 소각장 문제로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깨끗한 환경을 위해선 주변부터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한 거죠”라며 의지를 밝혔다.

군포시민회를 꾸려나가는 데에 어려움도 적지 않다.

생활협동조합 회비로는 사실상 재정이 부족해 사무실 임대료를 내지 못하고 6∼7개월이나 밀린 적이 있다.

또 대부분의 활동가들이 주부이기 때문에 집안일과 군포시민회 활동을 병행하기가 어려워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사람이 부족하다고 한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조금숙 공동대표는 “내가 속한 지역사회 문제를 스스로 결정하고 가꿀 수 있다는 것이 의미있는 일”이라며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강조한다.

스스로 지역환경을 가꾸는 군포주민의 열정이 전국민에게 퍼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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