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림천을 가꾸는 사람들 - 주민이 가꾼 도심 속 오아시스

마을 한가운데는 실개천이 흐르고 여름밤이면 마을 주민들이 시냇가에 모여 앉아 시원한 수박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골이나 6·70년대 배경의 드라마를 떠올리겠지만 현재 서울에서도 이런 목가적인 분위기가 연출되는 곳이 있다.

바로 관악구 신림 9동의 도림천이다.

그러나 이 소중한 마을 주민들의 쉼터가 저절로 주어진 것은 아니다.

‘건강한 도림천을 만드는 주민모임(도림천 모임)’을 주축으로 한 주민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활동 덕분이다.

이 모임은 1996년 관악구청의 도림천 복개공사 반대운동을 계기로 지역환경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이 싹트면서 시작됐다.

주민들의 결속력과 정서적 안정감 형성 등 하천이 갖는 의미를 살리려는 공감대가 형성돼 1999년 2월, 당시 서울대 학생이었던 이창하씨와 지역주민 유정희씨를 중심으로 결성된 것이다.

현재 20여명의 간사와 약 200명의 주민 및 학생들로 구성된 도림천 모임은 창립 이후 한 달에 한 번씩 도림천 청소 및 수질검사를 실시하며, 지역 주민들에게 도림천을 친생활공간으로 인식시키기 위해 해마다 주민들의 다큐영화를 심사하는 도림천 영상제를 열고 서울대 미술동아리의 도움을 받아 도림천 제방둑에 벽화를 그리기도 한다.

그 덕에 도림천은 녹색 이끼가 낀 바위와 여기저기 보기 싫게 버려진 쓰레기로 가득한 일반 개천과는 달리 제방둑부터 알록달록 예쁜 벽화가 그려진 살아있는 벽과 함께 펼쳐진다.

상하수도물이 들어오지 않아 1급수(물이 흐를 때 기준)인 도림천은 그래서 발 담그기가 전혀 꺼려지지 않는 하천으로 마을 주민들의 더 없이 좋은 휴식처다.

이들의 활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인근지역 초등학생 4~50명으로 이뤄진 탐사단은 연 3차례 이상 강화도 갯벌·양재천·여의천 등을 탐사한 후 보고서를 작성하고, 지난 4월부터는 지역주부들로 구성된 모니터링단이 두 달여 간의 생태교육과정을 거친 후 전문가와 함께 격주로 관악산과 도림천을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연말에는 이를 바탕으로 관악산과 도림천을 연계하는 생태기행 코스를 발굴하고 생태기행 지도도 제작할 예정이라고 한다.

도림천을 지켜내려는 지역주민들의 활발한 참여로 이들은 지난 10월20일(일) 제 1회 ‘강의 날’에 생태문화상을 받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도림천 모임의 서진희 간사는 “간사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관악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더 많은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기 위해 서명운동 및 캠페인도 벌일 생각이고, 앞으로는 도림천뿐만 아니라 지역환경을 가꾸기 위해 보다 전문적인 연구를 통한 정책활동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숨쉬는 도림천을 위해 노력하는 주민들. 그 은혜에 보답이나 하듯 도림천은 지역주민의 삶을 촉촉히 적셔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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