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4월28일 산업교육진흥법 개정안 입법예고 ▲9월4일 고등교육법 및 사립학교법 개정안 입법예고 ▲9월30일 교육공무원법및사립학교법 중 개정법률안 입법예고에 이어 지난 14일(목) 경제특구 내 외국인 학교에 대한 내국인 입학을 완전 허용하겠다는 경제자유구역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사실상 교육개방이 목전에 왔다.

산업교육진흥법은 대학이 ‘학교기업’형태로 이윤추구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으며 외국우수대학원 유치를 위한 고등교육법 및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외국대학원 해산시 잔여재산을 개인에게 귀속시킬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37개 교육시민단체는 10월7일(월) ‘WTO교육개방·시장화 관련 4대 입법 및 양허안 저지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공동투쟁본부)’를 출범시키고 교육시장 저지를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교육개방반대 결의대회·교육정책토론회 등을 통해 정부의 무분별한 교육개방정책을 강력히 비난하고 있으며 WTO 반대단체들과 함께 12월경 국제행동의 날을 구상하고 있다.

교육학생연대는 WTO 교육개방 저지를 위한 공동 후보단을 구성, 교육개방 저지라는 정책을 공동의 공약으로 내걸고 학생회 선거에 공동으로 대응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교육개방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지난해 11월 공식 출범한 4차 WTO 각료회의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에서 진행됐다.

서비스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S)에 교육부문이 포함되면서 미국·일본·호주·뉴질랜드는 교육개방에 대한 요구사항을 제출했고 정부는 2003년 3월까지 교육개방에 대한 구체적 계획(양허안)을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연달아 발표한 교육개방과 관련된 4대 입법에 대해 “양허협상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기도 전에 현 정부는 외국이 바라는 요구를 미리 법제화하고 있다”는 상명대 박거용 교수(영어교육 전공)의 지적처럼 정부의 ‘빗장 열어주기’식 대응에 대한 교육시민단체들의 반발도 강력하다.

정부는 외국 우수대학을 국내유치함으로써 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고 인적자원을 늘린다는 논리 하에 개방을 추진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박순찬 박사는 “스위스 국제경영대학원(IMD)에 의하면 우리나라 대학경쟁력은 49개국 중 47위로 최하위”라며 “교육개방을 통해 우리나라 교육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으며 전문화·특성화된 외국 대학을 유치함으로써 우리대학도 경쟁력을 구비할 수 있다”고 교육개방의 필요성을 밝혔다.

그러나 공동투쟁본부측은 ‘지금 개방을 요구하는 교육기관은 교육적 관점을 무시하고 영리추구라는 시장논리로만 접근하기 때문에 실제 질 높은 교육을 담당할 학교가 들어오기 힘들 것’이라며 정부의 논리를 반박한다.

교육시장을 개방했을 때의 폐해는 여러가지 각도로 지적되고 있다.

박거용 교수는 “산업교육진흥법이 입법되면 기업에서 요구하는 학문에 대한 연구만 이뤄지는 등 전반적인 교육풍토의 변화가 야기될 것이다”라고 지적한다.

교육비 부담이 대폭 증가되는 것도 문제다.

교육이 개방되면 학교를 통한 영리추구가 보장되고 국가의 재정지원이 축소되기 때문에 학생부담율이 높아진다는 것. 공동투쟁본부 김수정 집행위원장은 “학생부담율 증가는 교육기회의 불평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교육 부분의 빈부격차가 우려된다”고 말한다.

또 쏟아지는 외국 학문에 의존한 나머지 독자적 학문개발을 소홀히 해 학문의 종속화가 심화될 수 있다.

교육개방의 폐해는 곳곳에서 나타난다.

실례로 지난 2000년 뉴욕시립대학 Baruch College Zicklin 경영대학원의 회계과정이 우리나라에 유치됐지만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단 두 번 수업 후 폐지된 경우가 이를 뒷받침해준다.

캐나다의 경우 교육을 자유무역의 대상으로 삼게 된 93년 이후 등록금이 63%나 인상됐고 미국은 대학의 상업화로 등록금을 차별적으로 받아 취업하는 데 유리한 학문에 따라 과목당 수업료를 달리 책정하는 등 실질적으로 교육기회의 평등을 봉쇄한 꼴이 됐다.

교육은 그 사회를 유지·발전시켜 가는 데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분야임에 틀림없다.

정부가 서둘러 추진하는 교육개방이 세계화라는 미명 아래 우리의 교육을 무너뜨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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