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6일(수)∼17일(목)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여성통일대회의 의의

“북측 대표단들이 꽃을 들고 환영하는 모습을 보자마자 울음이 터져나왔어요. ‘이제야 만났구나’라는 감동과 함께, 만나면 이렇게 좋은데 갈라져 살아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워서요.” ‘6·15 공동선언실천과 평화를 위한 남북여성통일대회(여성통일대회)’에 참여한 홍익대 총여학생회 유화영 부회장의 소감이다.

지난 10월16일(수)∼17일(목) 여성통일대회가 금강산 김정숙 휴양소에서 열렸다.

이번 대회는 조선민주녀성동맹을 비롯한 북측 대표단 300여명과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여성위원회 등 남측을 대표하는 7개 여성단체에서 3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치러졌다.

첫날 개막식·여성토론회·수예 및 미술전시회·유희오락경기·공동연회와 둘째날 부문별 상봉모임·합동예술공연·폐막식·공동산행을 끝으로 남북민간부문행사의 대미를 통일여성대회가 장식한 셈이다.

10여년 전부터 남측 여성단체 대표들은 남북 여성간 교류를 하기 위해 1991년∼1993년 동경·서울·평양에서 ‘아세아의 평화와 여성의 역할’을 주제로 4차례 토론회를 열어 남북여성민간교류의 첫 물꼬를 텄다.

2000년 6·15 공동선언을 기점으로 지난해 민족공동행사시 남북 여성대표 100여명이 모여 통일여성대회 개최를 합의, 2년에 걸친 논의 끝에 2002여성통일대회성사에 이르게 된 것이다.

통일여성대회 준비단계에서도 어려움은 많았다.

청년학생통일대회가 미뤄지는 바람에 여성통일대회까지 몇 차례 일정이 변동됐고 현대측 배는 관광객의 예약으로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2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민간배를 빌렸다.

총연출을 맡았던 한국여성단체연합 황금명륜 기획국장은 “행사장소에 미리 가볼 수 없는 등 북측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서 공연준비가 꽤 힘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통일연대 여성위원회 손미희 부위원장은 “대회 성사를 위해 남북여성 모두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면서 모든 행사를 짜임새 있게 진행했다”는 평가와 함께 “역대 민간교류 중에서 가장 준비가 잘 된 대회였다”는 북측 평가도 전했다.

빡빡한 일정 속에서 남측 참가단들은 가장 기억에 남는 행사로 하나같이 솟대 중심으로 흥겨운 춤을 추며 오색천을 꼬는 단심줄꼬기를 손꼽는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은방희 회장은 “풍악에 맞춰 수백명의 여성들과 함께 몇 시간 동안이나 춤을 추면서 마음이 훈훈해지는 느낌을 받았다”며 그 때의 심정을 회고했다.

남북여성통일대회는 분단 반세기만에 처음으로 개최된 만큼 여러 가지 의의를 지닌다.

통일이라는 민족적 과제와 여성이라는 타이틀 아래 열린 이번 대회에 대해 유화영 부회장은 “현실에서 발생하는 여성문제에 비해 통일문제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것 같다.

이번 대회는 한반도 구성원인 여성이 주체적으로, 체계적으로 조국통일을 준비하는 출발점이 됐다”고 말했다.

“대화를 나누다보니 또래 이북친구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음을 느꼈다”는 서울산업대 인권복지위원회 유하나 인권국장의 말처럼 북한여성들에 대한 편견을 깨고 같은 민족으로서의 동질성을 확인하는 중요한 자리이기도 했다.

물론 반세기 넘게 다른 체제에 속했기 때문에 경제·정치·문화적인 면에서 이질성이 드러났지만 황금명륜 기획국장은 “이번 대회를 통해 서로의 차이가 있음을 몸소 깨닫고 앞으로 이를 좁혀나갈 방향을 모색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은방희 회장은 “남북의 이질성을 회복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이같은 만남의 자리가 자주 마련돼야 한다”며 통일여성대회의 정례화를 제의하기도 했다.

한편 손미희 부위원장이 “다양한 이념적 성향을 지닌 여성단체들이 통일을 위해 한 마음으로 행사에 참여한 것은 처음”이라고 지적한 대로 범 여성계로 꾸려진 추진본부가 향후 지속될 남북여성교류의 발판이 되리라 기대하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한껏 정든 북측 사람들과 헤어질 때 울면서 “곧 다시 뵙겠습니다”라는 인사를 드렸던 홍익대 총여학생회 유화영 부회장의 소망대로 남북 여성들이 통일된 조국에서 곧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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