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화), 까르푸 중계점 노조원들은 노동조합 인정·임금협상 등을 내걸고 천막농성 25일째를 맞았다.

이는 5월 말 시작한 파업투쟁이 133일 되는 날이다.

이곳의 노동자는 70% 이상이 비정규직이며 그들 대부분이 여성이다.

이들 뿐만 아니라 현재 우리 나라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여성노동자들의 노동불안은 심각하다.

전체 노동인구의 58.4%를 차지하는 비정규직 중 73.3%가 여성이다.

IMF이후 기업의 효율성을 명목으로 시행된 노동력의 비정규직화는 여성들이 주로 종사하고 있는 도소매음식숙박업·오락문화산업 등 3차 서비스업으로 확산됐다.

서비스산업에 종사하는 여성의 비중은 1990년대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해 1999년 51.5%를 기록하던 것이 2000년에는 70%까지 늘어났다.

이는 서비스직의 여성직종화, 여성노동력의 서비스비정규직으로의 이입이 확고해졌음을 의미한다.

문제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 남성 정규직노동자 이상으로 강도 높은 노동을 하는 반면 여성, 혹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동부(2001년 5월) 통계에 의하면 여성의 월 정상근로시간수는 180.5시간으로 179.1 시간인 남성보다 높게 나타났다.

게다가 가사노동시간을 합산하면 총 노동시간은 하루평균 남성이 12.8시간인데 비해 여성은 14.1시간으로 1.4시간 더 일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급여총액은 남성의 월평균 임금을 100으로 볼 때 여성임금은 64.5에 불과하며, 정규직의 월평균임금 100 대비 비정규직은 53.7 수준이다.

현재 비정규직 여성의 경우 월평균임금이 66만5천원에 그쳐, 정규직 전체 평균 월급의 42.4%에 머물고 있다.

이렇듯 열악한 근로조건에도 여성노동자들의 서비스직 비정규직화가 지속되는 이유는 여성노동을 남성의 것에 비해 열등하게 여기는 그릇된 인식을 들 수 있다.

3백명 이상 근무하는 사업장을 제외하고는 똑같은 일을 해도 남성에게만 가족수당이 지급되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다.

까르푸 중계점에서 2년째 일하고 있는 여성 노동자 ㄱ씨도 “여자들이야 자식 교육비 정도만 벌면 되는 것 아니냐”며 반문했다.

또한 여성노동자들을 위한 노동조합의 부재가 문제라고 보는 의견도 있다.

무엇보다도 서비스업은 점포가 여러 지역에 분산돼 있고 시간제 근무와 교대근무가 대부분이어서 노조를 결성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까르푸 중계점의 경우 이 외에도 사측의 탄압까지 심해 노동자들의 힘을 결집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까르푸 중계점노조 최명훈 지부장은 “노조원은 승진 대상에서 제외돼 4년째 월급이 제자리”라며 “90여명의 직원 중 노조원은 10명도 채 안 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러나 어렵사리 노조를 결성한다 해도 현 남성중심적 노조 구조로는 여성노동자들의 요구를 관철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유현경 위원은 “기존의 노동조합이 남성 중심으로 구성·운영되기 때문에 여성들이 조합원으로 있어도 이들의 요구가 배제되기 쉽다”고 말했다.

현재 노조 구성원의 대부분이 여성이지만 위원장은 남성인 경우가 일반적이며 여성 간부가 있어도 문서처리 등 잡무만 하는 실정이다.

이에 서울여성노동조합 정양희 위원장은 “성차별적 요소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조의 성별 분리가 필요하다”며 “직장인·노동조합원·가정 내 어머니나 아내로서 3가지 역할을 해야 하는 현실을 고려해 노동자가 거주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노조를 결성하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의 서비스직으로의 진출이 급증함에 따라 여성노동자들의 노동권 보호를 위한 여성노동자들의 세력화와 근로환경 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여성의 노동을 남성의 것과 동등하게 바라보는 사회인식이 확산될 때 여성 서비스직 비정규노동자들의 정규직화와 직종별 성차별 해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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