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집에 있으면 뭘해, 외롭기만 하지. 아파도 돌봐줄 사람이 없으니 늙으면 죽는 수밖에….” 정년퇴직 후 7년 동안 공원에서 장기만 두며 보냈다는 박대섭 할아버지(67)는 앞으로 남은 여생을 어떻게 보낼지 막막하기만 하다.

2002년 우리 나라 65세 이상 노인인구 수는 377만명으로 전체인구의 7.9%를 차지하고 있다.

작년 발표된 통계청 장래인구 추계에 의하면 2026년엔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구성의 20%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우리 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 사회로 진행되고 있는 추세다.

이에 현재 노인 1명을 생산연령(15∼64세) 인구 9명이 부담하는 수준에서 2019년엔 5명이 부양하게 됨에 따라 노인 부양비용 부담이 증가하고 의료와 복지 등 사회문제와 빈곤·질병·무위·고독 등의 노인문제가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대 최성재 교수(사회복지학 전공)는 “오늘날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노인들도 기본생활보장 이상의 삶의 질을 추구한다”며 “이런 다양해진 생활욕구를 국가 재정으로 충족하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노인들이 양질의 서비스를 시장에서 구입하도록 하자는 의도에서 ‘실버산업’이란 말이 대두됐다”고 말한다.

이미 80년대부터 우리 나라에서 언급되기 시작한 실버산업은 노인과 노후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생활안정·편의·건강유지 등에 필요한 재화 및 서비스를 시장경제 원칙에 입각해 생산·공급하는 활동으로 주택·금융·건강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자녀 수 감소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증가로 전통적인 가족의 노인부양기능이 지속적으로 약화되는 현 시점에서 실버산업은 사실상 많은 이들이 필요로 하는 분야로 기대되고 있다.

이런 고령화 사회 흐름에 정부는 지난 1993년 노인복지법을 개정해 민간단체나 기업들도 노인을 위한 실버산업을 행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허용, 현재 주거부문 유료 노인복지시설이 여러 개 개설된 상태다.

하지만 현재 실버산업은 이용대상이 지나치게 양극화돼 문제가 되고 있다.

대한노인회 윤규주 기획부장은 “현재 유로 노인복지시설 대부분은 상류층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 중산층 노인들은 엄두도 못내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한다.

유료 노인복지시설 중 하나인 중구 신당동의 서울 시니어스 타워는 보증금 1억3천∼2억7천만원에 월 이용료 33∼55만원이고 용인시에 위치한 삼성 노블카운티는 보증금이 최고 7억원에 달한다.

그나마 국가보조로 이용료가 비교적 저렴한 실비요양시설은 수요층에 비해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실제로 정부는 81년 노인복지법을 제정해 저소득 노인을 대상으로 경로연금제도를 실시하는 등 노인복지 확대를 꾀했지만 실제로 우리 나라 노인복지서비스 지출은 GDP 대비 0.08% 수준으로 OECD 주요국의 0.18∼2.49% 지출에 비해 매우 낮은 편이다.

이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정경희 노인복지 팀장은 “최상층은 양질의 서비스를 구매하고 극빈계층은 부족하나마 정부의 무료시설을 이용할 수 있지만 중산층 노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은 전무한 상태”라며 “중산층이 이용할 수 있는 노인복지시설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현재 시행되는 정부의 노인복지정책은 급속히 늘어나는 노인인구와 보다 나은 생활수준에 대한 요구를 충분히 보장하지 못할 뿐더러 중산층을 위한 대책이 전무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일각에선 실버산업이 지나치게 주택부문으로 치우쳐 있고 의료·생활분야 등은 아직도 시설이 미흡하다는 주장도 있다.

최성재 교수는 “정부가 사회 장기적인 변화에 관심이 부족하다”며 “정부의 과감한 투자와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윤규주 기획부장 역시 “노인문제는 국가와 사회가 함께 풀어나가야 하는 문제”라고 당부한다.

한국사회에서 점점 많은 비중을 차지해 가는 그들에게 정부는 더 늦기 전에 노인복지정책에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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