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느 학교를 다니십니까?” 우리가 누군가를 처음 만날 때 빼놓지 않고 묻는 질문이다.

‘누구는 어느 대학 출신이다’라는 명제는 어느새 그 사람을 판단하는 잣대가 되버렸다.

같은 학교 출신끼리 배타적인 파벌을 형성하고 독점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 학벌이다.

한국의 학벌사회에 대해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한만중 사무국장은 “한국의 학벌주의는 우리 사회 각계 각층의 주류를 만들고, 그 집단에 끼지 못하는 이에게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하게 한다”며 학벌이 조장한 불평등한 차별을 지적한다.

우리 사회 깊숙히 뿌리박힌 학벌주의는 한국 대학의 역사와 함께 한다.

국민대 김동훈 교수(법학 전공)는 “현 학벌체제는 사실상 일제시대 설립된 경성대학과 연희·보성전문학교의 연장선 상에 있다” 며 “해방 이후 국가가 서울대를 비롯한 국립대학에 특권을 부여해 학벌을 앞장서서 조장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획일화된 학벌서열은 사회에 부와 권력을 편중되게 배분하고, 이는 곧 사회 불평등 구조를 양상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한편, 학벌없는 사회 이병호 사무국장은 “교육의 질·학문적 업적 등으로 평가돼야 하는 대학이 수능점수로 획득된 학력안에서 안주하려는 학생들로 인해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며 학벌중심사회는 국가경쟁력 상실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한국사회에서 명문대라 불리는 몇몇 특정대학 출신이 부와 권력을 독점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올해 7월에 새로 구성된 국무위원 20명 중 14명이 서울대 출신인 사실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김동훈 교수는 “학벌지상주의는 특히 학계와 정계에서 두드러진다”며 “현재 대학 교수직은 특정대학 출신과 자교출신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새로운 교수 채용시 타대출신 교수를 배척하는 일도 발생한다”며 이런 상황 아래서 학문적 의사소통은 차단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학벌의 폐해는 중등교육의 현장으로 이어진다.

학생들은 평생 혜택이 보장된 명문대학의 졸업장을 따기 위해 입시경쟁을 치르기 때문에 전인교육은 이뤄지기 힘들다.

학벌없는 사회 전국 학생모임(준) 손준호씨는 “고3 생활을 겪은 사람이라면 한 번은 학벌주의의 폐해가 만든 치열한 입시경쟁을 겪었을 것”이라며 입시때문에 같은 반 친구까지도 경쟁상대로 내모는 교육제도를 비판하기도 했다.

학벌주의의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 일각에선 ‘대학 간판은 12년동안 다른 학생들과 경쟁해서 얻은 공정한 결과’라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학벌없는 사회 학생모임 홈페이지 게시판에 들어가보면 학벌은 능력주의의 반영이라는 반론도 자주 제기된다.

이런 시각에 대해 이병호 사무국장은 “다양한 인간의 능력을 18∼19세에 ‘수능’이라는 획일적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은 개인의 향후 능력신장 가능성까지 배재시킨다는 것을 뜻한다”라고 말한다.

이에, 학벌이 불러오는 여러가지 차별을 타파하기 위한 대안들이 제시되는 가운데 학벌없는 사회 이병호 사무국장은 ‘대학평준화’를 제안한다.

교육이 바로 서기 위해서는 공공성이 확립되야 한다는 전제아래 국립대를 점차 확장해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현 수능체제를 입학 기준을 완화시키는 자격고사로 바꾸면 자연스레 학생의 입시서열화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인다.

여기에 교수 중 특정대 출신을 20% 이상 발탁하지 못하도록 하는‘인재할당제’로 교수사회에 만연해있는 학벌주의를 어느 정도 없앨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김동훈 교수는 학벌 피라미드 최정점을 차지한 서울대를 비롯한 국립대에 대한 국가의 과도한 지원과 여전히 ‘국립대 최고’라는 인식을 학벌문제의 원인으로 지적하고 대학의 경쟁을 자유에 맡긴다면 지금과 같은 거대학벌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가의 간섭배제를 대안으로 내놓는다.

그러나 이와 같은 대안들은 미온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대학간 학벌 말고도 고졸자와 대졸자 사이의 학력주의에 대한 구체적 대안은 제시되지 않는다는 점, 서울대가 사라진대 해도 또 다른 사립대가 기존의 서열구조를 답습할 수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학벌주의를 타파함에 있어 제도적 대안과 함께 학벌에 대한 국민들의 그릇된 인식 개혁이 뒤따를 때 우리사회는 진정 학벌의 불평등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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