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치료워크숍 강사 박선영씨

“아직도 몸을 움직이는 게 쑥스러우세요? 그런 분들은 나가는 길에 재수강 하세요.” 성공회대 민주사회교육원에서 열리는 ‘춤과 마음의 마당’ 마지막 시간. 음악이 나오는데도 주춤거리는 수강생들을 향한 박선영씨의 한마디에 댄스홀은 웃음바다가 된다.

박선영씨는 광명시에 있는 평생학습원과 청소년 쉼터인 새날을 여는 쉼터 등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춤추는 법을 가르치는 춤꾼이다.

그러나 그의 ‘춤’론은 여느 ‘댄스강사’와는 조금 달라 보인다.

“춤은 모든 사람 안에 들어 있습니다.

사람들이 춤추지 않는 것은 자신 안에 들어있는 춤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는 자신의 느낌이나 생각을 말이나 글이 아닌, ‘몸’으로 표현하는 수단이 춤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그는 단순히 춤추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자신의 내면에 있는 춤의 목소리를 듣고 그것을 끄집어낼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박선영씨도 처음부터 사람들과 함께 춤을 나눈 것은 아니다.

고등학교 시절 배웠던 탈춤을 시작으로 대학 졸업 후 대전시립무용단 단원으로서 활동하기까지 이른바 ‘잘 나가는’ 무용가였던 그는 무용단에서의 활동기간이 길어질수록 회의를 느꼈다.

무용단에서 자신이 추고 싶은 춤을 추지 못하고 가르쳐주는 동작만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 때 우연히 보게 된 것이 굿을 하는 장면이었다.

“굿판에서 사람들이 춤추며 하나되는 모습을 보고 춤의 힘을 실감했습니다.

” 그는 굿에서 얻은 인상을 계기로 5년동안 활동했던 시립무용단원직을 그만두고 영국으로 떠나 그곳에서 일반인이 춤을 접하는 방식인 ‘커뮤니티 댄스’를 배운다.

그리고 그 후 본격적으로 사람들과 함께 춤을 나누고 그들 안에 있는 춤이 표현되도록 도와주고 있다.

박선영씨의 춤 강의는 일반인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99년, 우연한 계기로 여성장애인 모임 ‘빗장을 여는 사람들’에게 춤을 가르치게 된 그는 이때부터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여성민우회 등 여러 단체의 사회적 소수자들에게 춤추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춤을 추며 자신을 찾아가는 모임인 ‘하모니’도 3년째를 맞고 있다.

“장애인과 함께 춤추다 보면 그들도 일반인과 같은 생각과 고민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 그래서 장애인에게 자신도 춤출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춤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회와 접촉할 기회가 적은 장애인들에게는 공연 준비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행사다.

“작년 11월 하모니 정기공연 때였어요. 석 달 전부터 일주일에 한번씩 열심히 연습한 회원들이 공연 후 감격해 하는 모습을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 일반인이건 장애인이건 그들이 춤을 통해 얻는 것은 무엇보다 ‘자신감’이다.

춤을 추기 시작하면서 ‘과연 움직일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에 찬 눈빛에서 자신감 있는 눈빛으로 변해갈 때 그는 춤의 힘을 실감한다고 한다.

앞으로 다양한 사람들에게 춤출 기회를 많이 만들어 그들의 영혼을 자유롭게 만들어주고 싶다는 박선영씨. 그가 달아주는 날개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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