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당, 주민소환제·참여예산제 등 정책차별화로 지방선거 틈새 노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진보정당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25일(토) 현재 민주노동당 215명, 사회당 26명, 녹색평화당 3명을 각각 후보로 낸 상태고 서울시장만 해도 진보정당에서 3명의 후보를 냈다.

또, 각종 여론조사 결과 울산시장으로 민주노동당 송철호 후보의 지지율이 높게 나타나 진보정당 최초로 당선 가능성을 보인다.

이는 98년 지방선거 때 진보정당의 후보가 한 명도 없었던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이 중 녹색평화당은 지난 2월26일 참여자치와 생명존중 등을 내세우며 창당된 신생정당이다.

세계녹색당의 한국지부라고 할 수 있는 이 당은 이번 서울시장 후보공약으로 환경중심 정치·시민 정책결정투표제 등을 내걸었다.

지난해 8월 ‘청년진보당’에서 당명을 개정해 새롭게 출범한 사회당도 ‘소수이거나 권력이 없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억압받는 사람들의 권리를 찾아준다’는 모토 아래 F-15K기 수입반대·발전파업 지지 등 기존정당들과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2000년 1월 ‘노동자·민중의 정치세력화’라는 강령을 걸고 창당한 민주노동당은 이번 지방선거에 진보정당으로는 가장 많은 후보를 냈다.

그 중 대학생으로 관악구의원 선거에 출마한 서울대 최경호(건축·4)씨는 “도시계획 과정에 시민들이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참여예산제 등을 도입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렇듯 진보정당들이 기존정당과 차별적인 정책을 내세우며 정치계에 정착해 가는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앙대 이병훈 교수(사회학 전공)는 “중장기적으로는 정치선진국과 같이 보수와 진보 양 축이 이끄는 정치구도로 나아가기 위한 단계”라며 의미있는 현상으로 평가했다.

또 국민의 대다수를 차지하지만 신자유주의 하에 대규모 구조조정을 당했을 때도 권익을 보호받지 못했던 노동자들의 의견을 대변해준다는 것도 의미를 지닌다.

상지대 정대화 교수(정치학 전공)는 “보수정당이 자본가 계층에 기반을 두고 있는 데 반해 진보정당은 노동자와 약자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 계층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고학력층이나 젊은층을 제외하고는 국민들의 지지가 미비해 이런 진보정당들은 아직까지 의석이 하나도 없는 원외정당이다.

그 원인은 원천적으로 분단이라는 상황에서 비롯됐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한국전쟁을 경험하고 그 이후로도 정부와 보수집권층으로부터 반공교육을 받아온 국민들은 사회주의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진보정당들이 사회주의 사상을 상당 부분 받아들이고 있어 국민들에게 환영받지 못했던 것이다.

지역주의도 진보정당의 성장을 막은 이유 중 하나다.

정대화 교수는 “보수정당들의 공략으로 사람들이 자기 지역 출신의 후보를 찍고 나면 진보정당의 후보를 찍을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를 극복하고 진보정당이 대중정당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각 당들의 강령을 현실과 접목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시사평론가 유시민씨는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 유럽 진보정당들의 강령을 그대로 수용할 게 아니라 시대에 맞게 현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병훈 교수는 “진보정당들은 살아남기 척박한 현실에서 원리원칙에만 충실하기보다 표를 모아 의회로 진입해야 한다”며 의석 확보를 위한 진보정당들끼리의 협력을 강조했다.

종래와 달리 국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하는 이런 진보정당들의 움직임은 우리 정치문화의 발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런 흐름이 잘 뿌리 내린다면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정당의 다원화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