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들의 합법화 쟁취 농성투쟁

“우리는 일회용 나무젓가락이 아니에요.” 한 번 쓰면 버려지는 나무젓가락처럼 ‘일회용 노동자’로 단기간 일하고 필요없으면 버려지는 이주노동자들의 슬픈 외침이 시작됐다.

지난 달 28일(일) 명동성당에서 이주노동자 대표단은 발전산업노동조합 지도부·불안정 노동 철폐 공동투쟁대표단 등과 함께 ‘등록 거부·단속 추방반대·합법화 쟁취·노동권 쟁취’를 내걸고 농성 투쟁에 돌입한 것이다.

그러나 농성 18일째를 맞이한 15일(수)은 강풍에 휘날리는 보슬비만이 명동성당을 채우고 있었다.

썰렁한 명동성당 뒷편 공터의 텐트 두 개. 이곳에서 농성하는 이주노동자 4명과 서울경인지역평등노조 이윤주 이주노동자지부장은 지난 3일(금) 명동성당으로부터 텐트까지 강제 철거당해 발전노조의 것을 빌려쓰고 있다.

현재 한국에 있는 40만명의 이주노동자 중 26만여명은 ‘불법체류 미등록 노동자(불법체류자)’로 낙인찍혀 있다.

이들은 대개 하루 열시간 이상 고된 육체노동을 하면서도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

고용주로부터 구타나 모욕을 당해도 불법체류자란 신분 때문에 신고할 수도 없는 처지여서 노동권은 물론 의료보험혜택 등도 받을 수 없다.

“우리도 일하는 노동자인데 왜 노동자로 인정해주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현재 명동성당에서 농성하고 있는 네팔인 부즈루(29)씨는 올해로 한국에 온지 11년이 된다.

돈을 벌겠다고 가족과 떨어져 이국땅으로 건너와 공장과 공사현장을 돌며 온갖 궂은 일을 했지만 그에게 남은 건 돈이 아닌 ‘멍’ 뿐이다.

정당한 임금은커녕 상사에게 매 맞고 욕 먹으며 상상치도 못한 수모를 겪으면서도 어디 호소할 곳도 없다.

노동비자를 받지 않고 ‘산업연수생’이란 조건으로 입국하게 돼 있는 제도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이주노동자들의 심각한 노동 현실에 비해 한국 정부의 대책은 미비하다.

지난 3월25일부터 오는 25일(토)까지 실시하는 ‘불법체류외국인 자진신고제’는 1년동안 이주노동자들의 한국 거주를 인정한다는 명목 하에 그들의 소재를 파악, 노동권 보장은커녕 1년 뒤에 그들을 쫓아내려는 족쇄일 뿐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는 노동자와 기업이 자율적으로 개별 근로계약을 체결하도록 허용하는 고용허가제를 검토 중이지만 이에 대해서도 이윤주 이주노동자지부장은 “이동권을 인정하지 않아 정해진 곳에서만 일할 수 있기 때문에 해고되면 자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이주노동자들로서는 고용주의 부당한 대우에 항의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다니던 공장도 박차고 나와 이주‘노동자’로서의 노동권을 찾기 위해 농성 중인 방글라데시인 고빌(29)씨는 “조국에 돌아가는 것보다 한국에서 노동자로 인정받는 일이 더 중요하다”며 합법화를 쟁취할 때까지 투쟁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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