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연령제한의 실태와 문제 점검

ㅅ양은 휴학을 하고, 해보고 싶은 일이 많지만 더이상 졸업을 미룰 수 없다.

복수전공 이수학점을 채우기 위해 9학기째 학교를 다니고 있는데다 재수하느라 1년, 어학연수 다녀오느라 1년, 또래에 비해 3년 졸업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그가 일하고 싶어하는 회사는 ‘1975.6.1 이후 출생자’라는 자격을 못박아 놓고 있다.

× × × 취업을 눈 앞에 둔 학생이라면 누구나 서류전형 응시자격에서 ‘19XX년 X월X일 이후 출생자’라는 문구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이 때문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해야 하는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취업연령제한’이 암묵적 동의 하에 이뤄져왔다.

지난해 8월∼10월 한국노동연구원이 1천3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업체 인적자원의 운영실태 조사’에 따르면 사업체의 47.7%가 취업연령을 제한하고 제한연령은 평균 35.4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무직이나 판매 서비스직은 연령제한이 엄격해 사무직은 평균 30.3세, 판매 영업직은 평균 32세다.

이런 취업연령제한은 기업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행정·외무·기술고시 등은 32세·7급 공무원은 35세·9급 공무원은 28세 이하만이 응시 가능하다.

이렇게 취업시 연령 제한을 두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 외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의 경우, 1967년에 제정된 연령차별금지법에서 ‘XX세 이하 응시 가능’이라는 명시적인 문구 뿐 아니라 ‘젊은 피를 구합니다’ 등의 연령제한을 간접적으로 시사하는 문구조차 법으로 금지돼 있다.

취업연령제한이 있는 일본도 평균 제한연령 39.1세로 우리나라와 약4세 가량의 격차가 있다.

그렇다면 유독 우리나라에서 취업연령제한이 엄격한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경제정의시민실천연대(경실련) 류한승 정책간사는 근속연수에 따라 지위가 올라가는 ‘기업의 연공서열 문화’가 취업연령제한의 이유 중 하나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나이에 따라 대우해 주는 문화 아래서 자신보다 나이 많은 신입사원이 들어올 경우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나이가 어릴수록 일을 잘할 것이라는 뿌리깊은 편견도 한 몫을 한다.

우리 학교 김성국 교수(경영학 전공)는 취업연령제한이 대학을 갓 졸업한 인력을 중심으로 뽑는 공개채용제도가 가져온 우리나라의 특이한 현상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나이로 사람을 평가’하는 풍토는 여기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노동연구원 금재호 선임연구원은 “조기퇴직을 권고하는 것도 나이에 따른 차별”이라고 말한다.

김성국 교수는 “우리나라에서처럼 뚜렷하게 정년의 개념이 잡혀 있는 나라도 드물다”며 “나이 든 사람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일을 더 잘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년이 되면 무조건 직장을 떠나야만 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능력이 아닌 나이로 사람을 평가하는 이런 상황이 ‘문화’가 아닌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경실련은 지난 3월18일 ‘취업연령제한, 실태와 문제점’ 토론회를 시작으로 취업연령제한철폐운동을 벌여 나가고 있고 이 문제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 제출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연령제한을 당장 철폐하자’는 주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김성국 교수는 “외한위기 이후 능력과 경력에 따라 인력을 채용하는 추세에서, 취업연령제한을 철폐할 경우 경력자가 유리하기 때문에 대학을 갓 졸업한 이들은 취업이 더 어려울 수 있다”며 제도 개선에 앞서 실력에 따라 능력을 평가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취업연령제한’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찾을 시간조차 갖지 못하고 있다.

나이를 잣대로 자아실현의 기회를 박탈하는 불합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연령주의’가 아닌 ‘능력주의’ 사고가 정착돼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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